예술의 경지에 올라, 하나의 장르가 된 ‘굿’
치유의 힘을 품은 우리 예술이 세상을 위로하다
한때 굿과 같은 무속 신앙은 무형유산(구 무형문화재)으로 지정되기 어려울 만큼 편견의 그늘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굿은 옛 모습을 탈피하고 새롭게 그 의미와 가치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진도 씻김굿’은 위로와 치유의 힘을 품은 무형유산으로 당당히 인정받은 전라남도 진도군 고유의 굿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때마다 추모 행사에서 행해졌으며 드라마, 영화, 심지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다뤄졌다. 해외로 뻗어나간 씻김굿은 음악극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오르는가 하면, 프랑스 상상축제(Festival de L’Imaginaire)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초청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에 의해 창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전통문화로서 굿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사람 중에 씻김굿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골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탓에 세습무의 맥은 끊겼고, 저마다의 방식대로 멍석에 둘러앉아 듣는 굿 본연의 의미를 제대로 느껴본 사람들 역시 흔하지 않다. 그렇기에 채선후 작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씻김굿이 어떤 의미를 담은 의식인지 다시 일깨우고자 『더 씻김』을 집필했다.
굿 문화 원형 보존과 창조적 전승에 일조한
채정례 〈진도 씻김굿〉 채록본 수록!
이 책은 씻김굿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차근히 씻김굿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채선후 작가는 결혼 후 진도에 살게 되면서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왔고, 그 깊이를 담은 시선에서 씻김굿을 설명한다.
씻김굿의 의미와 종류, 당골의 의미, 굿에 쓰이는 무구(巫具)와 당골이 읊는 소리와 사설의 의미 등이 중간중간 수록된 〈진도 씻김굿〉 공연 사진과 함께 풀어진다. 국립국악원 이숙희 학예연구사의 사설이 들어가 더욱 이해하기 쉬운 ‘채정례 〈진도 씻김굿〉 채록본’은 물론 현장을 담은 동영상까지, 다채로운 자료를 통해 낯설고 생소했던 씻김굿이 어느새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수필가의 시선에서 전하는 씻김굿의 생동감
이 책에 담긴 청량한 글 향기가
살아가는 데에 한 자락 씻김이 되기를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씻김굿을 지식으로만 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만의 글 향기가 밴 소설, 수필, 시를 통해 씻김굿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소설로 그려진 채정례 당골의 씻김굿 속에서는 언뜻 보이는 삶의 질곡, 굿에 묻어나는 삶을 향한 애잔하고 푸근한 시선에서 독자들은 한국의 정서를 진하게 느껴볼 수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씻김굿이 품고 있는 마음의 무늬를 시와 수필로 담아 시각, 청각 등 감각을 자극하는 글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한과 흥 사이에 필요한 장치가 씻김굿이라 말한다. 씻김굿은 어제의 슬픔을 승화시켜 오늘 다시 새롭고 맑게 만드는, 진도의 또 다른 언어다. 겉으로만 알았던 씻김굿에 깊이를 더하는 채선후 작가만의 애틋한 시선이, 읽는 이의 가슴속에도 씻김굿이 자리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본디 푸른빛을 지닌 별로 태어난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를 힘들고 외롭고 괴롭게 하는 바깥의 일과 인연 때문에 자신의 빛을 잃어 간다. 이 책을 통해 지친 영혼을 푸른 씻김의 소리로 다시 파랗고 맑게 ‘씻김’ 했으면 한다.
-「들어가며 - 더 씻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