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얻은 원고에 대한 변〉
김지하 시인 평하기를 무척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서 김지하 사후 대담집이나 추모 글들은 있어도 그의 삶과 시, 사상과 운동을 논하는 총체적인 평가 도서는 아직 출간된 적이 없다. 일송북 출판사는 『나는 김지하다』의 출간을 위하여 여러 작가와 접촉하여 원고 집필을 요청했으나 모두가 그를 평하기를 어려워했다. 지하의 삶과 시, 그리고 다방면으로 전개되는 사상과 운동을 글로 담아낸다는 것은, 그와 함께 생활하고 그의 시나 사상을 연구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딱 한 사람, 1980년대 말부터 그의 임종 전까지 동행하며 기자와 담론의 파트너로 때론 그룹 사상 연구자로서 활동했던 이경철 작가를 만날 수 있었고, 손사래 치는 그를 어렵게 설득한 끝에 이 원고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왜? 지금 김지하인가!〉
민주화운동의 영원한 상징이자 시인이며 사상가로서 우리 가슴속에 새겨진 김지하. 문학 담당 기자 출신인 이경철 문학평론가가 취재를 바탕으로 한 실감으로 최초로 김지하 생애와 시와 사상을 총체적으로 살피며 엮었다. 이경철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왜? 지금 김지하인가!’를 다룬다. 49재 추모 문화제를 지켜보면서 김지하는 누구이고 왜 우리 시대에 다시 살펴봐야 하는가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고문과 투옥 후유증으로 이명耳鳴과 면벽증面壁症에 시달리던 시인을 모시고 병원도 함께 갈 정도로 친근했던 이 작가, 동행에서 얻게 된 김지하의 사상과 생각들을 글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지하의 생애와 시 그리고 사상과 운동〉
제1장에서는 김지하의 생애를 다룬다. ‘타는 목마름으로’란 민주화 투쟁의 상징, 거칠고 뜨거운 우투리 핏줄이 출생에서 감옥까지, 한 그늘의 길인 출옥에서 죽음까지를 다뤘다. 제2장에서는 김지하의 시 세계를 다룬 장으로 전라도 사투리와 비장한 서정,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민족·민중 서정시, 판소리 등 전통문화를 신명 나게 살려낸 담시와 민족문화운동, 모든 걸 껴안는 둥그렇고 깊은 여성성으로서의 ‘애린’의 서정, 아리고 쓰린 삶에서 우러나오는 생명과 흰 그늘의 미학으로 분류해서 소개한다. 제3장은 김지하의 사상을 다루는 장으로 이경철 작가는 “21세기를 인간다운 세상으로 만들려 던진 화두”라고 표현했다.
현실과 맞부닥치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해 일군 사상, 죽임의 항쟁에서 온 생명 다 살리는 생명 사상과 운동으로, 민족 사상과 상고대에서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비전 찾기, 빛과 그늘을 다 껴안고 신명으로 가는 ‘흰 그늘’의 미학으로 정리했다. 에필로그에는 ‘나, 지하가 말한다’란 주제로 김지하가 독자들에게 띄우는 편지글을 만들었다. 지하 인생의 중후반을 가까이 한 이경철 작가의 후기 또한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