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으로 엮어진 〈시골살이 두런두런〉의 저자 신평, 그는 시대의 현자인가? 아니면 단순한 삶의 루저(loser)인가? 그를 현세의 ‘태공망’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고, 아니다, 그는 시대와의 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시골에서 은둔하는 자에 불과하다는 사람도 있다.
아주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하는 저자가 시와 산문을 합하여 출간한 이 책은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시골살이를 엮어낸 조금은 유별난 형식의 책이다. ‘시’만으로 치면 저자의 네 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저자의 시와 산문은 어렵지 않은 어구와 단정하고 정갈한 수사, 그리고 풍부한 여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맑은 지성과 학자적 고고함을 따스하게 표현한다. 흔들리는 자아를 다독여 자아를 통합하고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큰 물줄기에 도달하는 모습을 잘 녹여 낸 시와 산문집이다.
이 책에 드러난 저자의 시와 산문의 서정은 현실을 초월해 순수의 진공상태에 있는 게 아니다. 시인과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며 올곧게 살아온 시간, 경륜에서 나온 현실적이며 사실적인 서정이다. 그런 명징한 서정이기에 올곧고 힘이 세다.
저자는 이 나이가 되어서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행복의 제1조건은 더 많은 것을 가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작고 소박한 것들에 만족하며 너그럽게 사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끝없는 가짐의 추구는 허무와 낙망의 심연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저자는 시골에서 매일 육체적인 노동으로 농사를 지으며 산다고 하더라도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선, 누구도 뭐랄 수 없는 하나의 독립된 존엄한 개체라고 말한다. 그런 만큼 저자 또한 세상을 향해 열린 호흡을 하며 기꺼이 광대무변한 세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기완성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도록 태어났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경계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에 담은 글을 통해 아직 창창한 날들을 가진 이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을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남겨진, 훌륭한 삶을 향한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우리 자신들의 참된 행복을 위한 공감이 이루어지고 그 동심원이 점점 더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의 소박한 바람이다.
저자는 “이 책이 과연 그런 의도에 맞게 되었을까요?”라고 스스로 묻기도 한다. 별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썼다는 점만은 이해받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이 책을 통해서 왜 그가 한국 사회에서 최근 벌어져 온 여러 격랑의 고비를 거의 모두 정확하게 예견하였는지를 이 책의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가진 ‘시대정신’에 대한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와 산문의 정서를 투영한 다수의 삽화를 통해 시골살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