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마음, 지금의 마음
십수 년은 된 것 같은 낡은 셔츠, 해진 점퍼에서 나는 상큼한 냄새로 짐작되는 검소함. 여기저기 긁히고 찢긴 상처로 가득한 구형 승용차와 40여 년 함께 한 소파, 가끔 수리해야 하는 오래된 집이 들려주는 삶의 자세. 시골 마을 점방에서 봉지 빵을 들고 행복해하는 미소에 묻어나는 행복 가득한 발걸음은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는 그만의 방식이다.
동네 의사 곽병은. 그가 자전적 에세이 『날마다 선물』 이후 1년여 만에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봉사 활동을 담은 『동화책 읽어주는 의사』를 펴냈다.
「갈거리사랑촌」 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일주일에 한 번 원주 가톨릭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말벗이 되어준 봉사의 일상을 담았다.
특별하지 않지만, 아주 특별한 그만의 방식으로 에이즈 환자 등과의 교감(交感)을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봉사의 반은 끝난 것처럼 말벗 상대가 그리운 환자들이었다.
곽병은은 숭고한 봉사자들과 선한 독자들이 이웃과 나누고 함께 할 때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사실, 그 행복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특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호스피스 병동 에이즈(AIDS) 환자의 애환과 삶, 돌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봉사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분이 계시다면 좋겠다. 봉사는 무엇인가. 나눔이고 함께가 아닌가? 이웃과 나누고 함께 할 때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아름다운 세상 말이다.”
책에는 『어린왕자』를 비롯해 『갈매기의 꿈』, 『소에게 친절하세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아름다운 동화책을 환자들에게 읽어주며 독자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