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세이스트(death-essayist)의 ‘홀로 홀릭’은 삶을 위한 죽음 책입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일수록 지독하게 삶을 말하는구나. 생명의 비밀에 빠져 탐독, 탐독. 죽음 책을 읽는 저는 즐거이 홀로 있어요. 시공간에 묶여 사는 인간 중 하나가 한낱 책을 읽죠. 놀라움은 죽음 책을 읽을수록 제가 더 확장되며 존재, 가치, 삶의 의미 등을 매우 가깝게 느끼는 점이에요.
데려가고 싶은 좋은 여행지, 먹여 주고 싶은 좋은 음식처럼, 좋은 죽음 책도 자꾸만 나누고 싶어요. 조심하는 마음에 가족, 동료, 친구들 앞에서 입을 닫으며 태산같이 무거워지자. 깊어 가자. 어느 날 ‘지금이야!’ 사이렌이 울립니다. 종소리의 진원지는 오장육부 안쪽. 시끄러운 소리를 당장 꺼야 해요. 더 이상 홀로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경계 발령입니다.

-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