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요리가 가르쳐 준 것들
계절과 함께하는 식재료
이웃과 어울리는 식탁
없는 것을 갈망하지 않는 삶
이탈리아인들은 내가 서울, 뉴욕에서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경험했는지, 어떤 레스토랑에서 일했는지 관심도 없었다. 설명을 늘어놓아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 시에나에서 ‘여기 온 이상, 끝까지 가보자’라는 고집으로 하루, 한 달, 일 년을 보냈다.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 그래도 난 그곳을 향해 아주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점은 본질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이제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요리는 자로 잰 듯한 플레이팅이 꼭 필요하지 않다. 비싼 재료를 쓰지 않고도 매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아야 한다. 호박꽃 튀김을 이 봄에 먹지 않으면 이듬해의 호박꽃을 기다려야 되지만, 그동안 다른 음식에서 재미를 찾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또다시 봄이 온다. 굳이 한여름, 한겨울에 호박꽃을 찾기 위해 배 타고 멀리서 온 꽃을 비싼 돈을 주고 살 필요는 없다. 없는 것을 갈망하고 주변을 원망하지 않으며, 매일 곁에 있는 것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끼며, 나는 이탈리아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부터 나는 독자들에게 토스카나의 음식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말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야기가 삶의 나침반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든든한 힘이 되어주길 바라며.
- 프롤로그 ‘토스카나의 언덕길을 지나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