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료 대란을 거치며…
의사 곽경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 세상이 폐쇄되었고, 이후 2024년 의료 대란을 정통으로 맞으며 유례없는 혼란기를 겪고 있다. 집단 사직을 신청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가 단행되고, 수련 병원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를 내면서 의료 대란 사태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해 장기 이식 수술 건수가 1년 새 18%가 줄어든 점입가경의 상황에서 저자는 의료인의 근본적인 역할을 묻고 대답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더 나아가 ‘어떤 형태의 의료 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적합한가?’, ‘현재 의료 제도의 장단점이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내던진다. 저자는 의료 대란 사태를 두고 어느 한쪽의 입장에 매몰되어 두둔하지 않는다. 양 측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있는 자세로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며,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직시하려고 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악마화하기에 앞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다수임을 기억했으면 한다”는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혐오와 차별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결국 상식과 윤리를 잃지 않고
타인과 연대하며 나아가야 한다”
분투하는 삶 속에서 사람 곁을 지키기로 한
의사 곽경훈의 웅숭깊은 고백
“현실을 망치지 않으려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에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전진한다고 생각한다”는 저자는 내뱉은 말을 지키듯 오늘도, 내일도 사람 곁을 지킨다. 많은 이들이 떠나간 병원에 끝까지 남아 목소리를 내는 일의 피로감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솔직하고 담담한 고백을 건넨다. 더불어 병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외면하는 이들에게도 기꺼이 손을 내민다. 재중 동포와 중국 출신 이주민의 병원 간병인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공존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또한 “동성애는 취향일 뿐,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며 “의료인에게는 질병이 아닌 것을 질병으로 규정하여 차별과 증오를 선동하는 유사 의학의 실체를 밝힐” 의무가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의료인으로서, 한 명의 개인으로서 중심을 잡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현재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 절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