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하기로, 나날의 행복을 충실히 움켜쥐기로”
주말이면 찾아오는 캠핑이라는 다정한 마법
‘프로 외박러’가 된 어느 회사원의 행복 채집기
이젠 주위에 캠핑을 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말 고속도로는 차에 장비를 가득 싣고 캠핑장으로 떠나는 차들로 붐빈다. 도대체 캠핑이 주는 매력이 뭐길래 사람들은 이처럼 떠나고 또 떠나는 걸까.
우연히 접한 캠핑의 마력에 빠지다
이 책은 회사원으로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가 우연히 캠핑을 접하고, 캠핑을 사랑하게 되고, 캠핑으로 일상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에게는 정말이지 죽도록 힘든 시절이 있었다. 연인과 헤어지고, 아버지가 쓰러지시는 등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까지 먹어야 할 지경으로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아무리 까치발을 들어도 숨 쉴 수 없는 물속에서 서서히 익사 당하는 느낌”으로 살아가던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캠핑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마트에서 산 장비로 캠핑을 시작한 저자는 캠핑 이력을 더하며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 외박러’가 됐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장비를 챙겨 수백 킬로미터의 길을 나서고, 평일에도 ‘퇴근박’(퇴근 후 바로 가는 캠핑)을 할 정도다.
행복은 모닥불 뒤의 눈사람 같은 것
도대체 무엇이 그를 캠핑에 이토록 푹 빠지게 했을까. 그곳엔 일상에서는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모닥불 앞에서 맥주를 마시며, 새하얀 눈밭에서 커피를 내리며 그는 몸과 마음이 서서히 회복되는 것을 실감한다. 어쩌면 캠핑은 그에게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해주는 ‘비밀의 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캠핑을 하며 “행복은 주문하면 집 앞으로 오는 택배 상자가 아니라 눈에 보일 때마다 조금씩 주워 먹어야 하는 모이 같은 것”이라는 깨닫는다.
“내 몫의 행복은 나 대신 축의금 봉투를 대신 넣어주는 일처럼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걸을 때마다 100원이 적립된다는 캐시워크처럼 부지런히 긁어모아야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오늘 하루치의 행복은 저 일렁이는 모닥불 뒤로 보이는 눈사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유쾌하면서도 감동 가득한 캠핑 이야기
이 책에는 캠핑을 하며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고량주를 먹고 잠든 탓에 새로 산 침낭을 홀라당 태워 버린 사연, 캠핑 초보 시절 버너를 다루지 못해 불을 낼 뻔한 이야기, 차 키를 잃어버려 캠핑장에서 집까지 견인차에 실려 온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시트콤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좌충우돌의 캠핑 이야기의 끝에는 잔잔한 감동과 깊은 여운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만난 사람에게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일상에서는 별의별 ‘빌런’을 다 만나 고초를 겪는 그이지만, 캠핑장에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면 어디선가 ‘홍 반장’들이 어김없이 불현듯 나타나 도와주고는 휑하니 사라진다.
“돌이켜 보면, 초보 캠퍼를 긍휼히 여기는 홍 반장들 역시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다. 손에 익지 않은 새 타프를 함께 들러붙어 쳐주느라 자신들의 식사도 중단했던 포천 계곡의 옆 사이트 일가족, 폭우를 맞으며 부서진 텐트를 함께 보수해 준 가평의 캠장님, 강풍과 함께 내 멘탈도 날아갈 뻔했던 해변에 바람처럼 나타나 “오다 주웠다”라는 바이브로 모래주머니를 두고 사라졌던 캠핑 고수까지.”
캠핑을 통한 인생 회복기
저자가 이들과 함께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많이 유쾌하고, 때로는 너무나 감동스럽다. 이 책이 단순한 캠핑 이야기가 아닌, 캠핑을 통해 삶을 즐거움과 행복을 발견하고, 그래서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된 한 캠퍼의 ‘인생 회복기’로 읽히는 이유다.
“발자국을 남기며 뚜벅뚜벅 걸어 낙조 앞에 선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가와 타지 사람을 곤경에서 구해내는 이웃을 만난 나는, 불안에 떨며 오지도 않을 미래를 걱정했던 나와는 단연코 달라져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