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그 아이를 데려오세요!”
서울 외곽에서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김야옹 수의사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새로 공부를 시작하여, 삼십 대 중반에 천신만고 끝에 수의대에 입학했다. 수의사가 되면 많은 아이들을 구하고 도와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되고 나니 딱한 처지의 아이들을 더 도와줄 수 없어서 늘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곤경에 처한 동물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는 늘 앞뒤 가리지 않고 “지금 당장 그 아이를 데려오세요!”라는 말이 너무너무 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들, 그 이면이 안타깝지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매일 전쟁을 치르듯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이 책에는 한 사람의 수의사로서 역할을 하는지, 쓰임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곳곳에 담겨 있다. 동물환자들을 치료하고 수술을 진행할 때마다 ‘우리끼리 친절하고 너그러우면 환자는 죽는다’며 지은이는 수술할 때마다 같은 말을 수십 번 반복, 확인한다. 말 못하는 환자의 생사가 오직 그들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먼 길을 돌아온 수의사,
남 모르게 동물을 보살피는 사람들의 연대
이 책은 총3부로 구성되어 있다. ‘수의대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동물들’, 병원을 운영하면서 만난 ’동물환자들과 그들의 보호자들, 그리고 가운을 벗은 ‘김야옹의 잔잔한 일상’을 담은, 거의 99퍼센트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들이 때론 소리내어 크게 웃게 하고 또 먹먹하게도 한다.
수의대 시절의 이야기는 지나온 이야기지만, 실험당하는 동물들의 복지와 윤리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곧 해부당할 셰퍼드에게 아프지 않게 진정제를 먼저 놓아줄 것을 간청하던 수의과 학생은 의사가 된 지금도 그 얘기를 떠올릴 때면 목이 멘다. 또 죽어가는 ’B형 고양이‘에게 수혈해주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입양한 눈 먼 길고양이의 눈동자 색깔을 듣고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는 수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줄 것이다.
출근길에 골목을 방황하는 지렁이를 조심스레 들어올려 제 집으로 돌려보내주는, 마음이 따뜻한 ‘진짜’ 수의사가 되고 싶은 김야옹은 오늘도 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과 울고 웃는다. 그간 쓴 책으로는 『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