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가 노래로만 남고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보릿고개 역사의 매듭을 올바로 알고 있어야”(「제일 넘기 어려운 고개」) 한다는 작가는 애틋한 향수로만 옛 시절을 기억하지 않는다. 학교에도 전화기가 없던 1970년대(「전화의 역사」), 옛 선비들의 말조심(「좋은 인성」), 일제 식민지 시대 우리 민족의 처절했던 고난(「카카오톡을 열다」), 농경사회 때의 가뭄과 기우제, 삼한사온의 기후(「없어져 간다」), 해방 전 학교 풍경(「봄바람 꿈길」), 한국전쟁 직후의 해인사 단풍 구경(「단풍 같은 생각」), 첫사랑의 추억(「그 봄날」) 등 “그때” 그 시절의 삶에 비추어 모든 것이 풍족해진 오늘날 우리가 꼭 알고, 지켜야 할 사람의 도리와 예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옛날의 좋은 것은 새로 좋은 것에 붙이고, 좋지 못한 것은 버리거나 고쳐서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좋은 인성」 중에서)
다섯 살 때 서당을 다니며 명심보감을 배웠다는 작가의 “명심(明心)”은 옛 성현들의 “금언과 명언”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길잡이가 되는 귀한 말씀들이다.
인정(人情)(「유방」), 소통(「보이는 바람」), 역사적 유물(「박물관」), 정성(「이불」), 자연보호(「미륵산과 통영」), 민족혼(「인적의 숨」), 교통도덕(「승용차」) 같은 “반세기도 되기 전에 그 국회의원의 꿈같은 이야기가 모두 이루어”(「꿈이 이루어지다」)진 지금의 이 물질문명 시대에도 꼭 지켜나가야 할, 꼭 명심해야 할, 세상살이의 덕목들이 편 편마다 새롭게 깃들어 있다.
“나의 좁은 마음을 확 펴”게 해주는 꾸밈 없고 솔직한 작가의 문장은 담백하고 편안하다. “태양은 언제나 변함없지만, 지구의 나날이 사람이 보지도 듣지도 않는 마음을 배우게 하니 누구나 다 같이 마음이 솟아야 한다.”(「마음을 열다」),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지 말고 꾸물대야 한다.’는 말 …… 꾸물댄다는 것은, 사람이 자꾸 움직인다는 말이다.”(「꾸물대야 건강하다」), “관봉석조여래좌상 앞에 사람들이 모두 기도를 하고 있다. 서서 두 손 모으고, 앉아서 엎드리고, 눈감고 외우는 사람, 백팔 배 하는 사람, 모두 소망이 다르니 기도 모습도 다르다. … 사람들 속에서 나도 마음을 펴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 고개를 드니 부처님이 푸른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신다.”(「하늘에 부처」),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꿀밤나무, 참나무는 우리 민족의 삶과 아픔을 메워주는 같은 나무라고 할 수 있다. 꿀에 담근 도토리가 약이 되었고, 도토리 가루로 끼니를 때우는 것, 참나무가 꿀밤나무로, 도토리가 꿀밤묵이 되었다는 모든 일화는 아픈 세월이 만든 이야기다.”(「꿀밤 이바구」), “그때는 마른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날씬한 몸매보다 살이 찌고 배가 불룩하게 나온 사람을 더 좋아했다.”(「그 님의 생각」) 등 진솔한 문장으로 엮은 생각들이 참 올곧다.
“기본”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의, 우리 사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공동선의 원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작품들에는 세상의 안녕과 발전을 희망하는 소망이 담겼다. 청소년 교육과 어른들의 책임감(「소리」), 긍정적인 생각(「사랑을 나누는 아침」),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새로워지다」), 사람의 할 일, 인사(「인사」), 우리나라 좋은 쌀의 역사와 소중함(「쌀의 날」), 침묵의 좌우명(「두 손 모음」), 코로나19 시대의 고통과 치유(「춘래불사춘」), 집단 따돌림의 폐해와 해결책(「네 생각도 옳다만」), 사랑과 관용의 정신(「다락의 추억」), 고통 분담과 동반 성장(「엄살」), 근검절약의 정신(「진흙 속의 동전 찾기」) 등 모두가 배워야 할 중요한 사회적 덕목이 “우리는 현재를 개선, 변화시키면서 살아야 한다. … 서로 참고 기다리는 따스한 마음을 키워 가면 좋겠다.”(「층간 소음」)라는 작가의 소박한 바람으로 담겨 있다.
특히, “역사가 모든 것을 그대로 똑똑히 밝히고 가르쳐야 겨레의 정신을 한줄기로 모을 수 있다.”라고 믿는 작가가 이제는 지나가 버린, 우리 민족의 크고 작은, 고난과 성취의 역사를 되살려내고 거기에서 새로운 교훈을 일깨워 낸 작품들은 오래도록 음미할 만하다.
운치 있고 즐거웠던 명절(「추석」, 「정월 대보름」) 풍경부터 어머니의 사랑으로 이겨냈던 ‘고뿔’의 기억(「고뿔」), 어릴 적 여름 밤하늘의 수많은 별(「별이 멀어져 가다」), 초등학교 시절의 가을 소풍(「어제와 오늘」), 6.25 피란 시절의 에피소드(「행운의 반지」) 등과 같은 가난했지만 소박한 추억에, 세월 따라 사라져가는 우리의 먹거리(「숭늉」)나 가난했던 과거를 잊고 금전 만능주의에 빠진 세태를 걱정하며 “현재가 과거의 산물이라면 개구리는 올챙이가 된 것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는 속담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앞과 뒤를 보면서 살아가야 하겠다.”(「올챙이 적 생각」)라는, 반성의 가르침이 마음 깊이 새겨진다.
“우리 것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 가르쳐”주는 책, 고루한 “꼰대”가 아닌, 경륜 있는 사람, 곽태조 수필가의 『단풍 같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