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는 시작과
동시에 끝을 향해 간다.
작가는 정신과 상담을 받던 중 글과 그림을 이용해 이야기 한 편을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주제도, 형식도 모두 자유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이야기에 반드시 결말이 있어야 했다. 작가는 그 숙제를 하면서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써야겠다.’ 꾸준히 글 쓰는 방법을 찾다가 독립서점 부비프에서 진행한 목요 글방에 참여했다. 작가는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서 참여하는 글방에 삼 년간 글을 쓰고 글방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읽었다. 작문은 인생과 비슷하다. 첫 단어를 골라 글을 쓰기 시작해 마지막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일필휘지로 글이 써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글이 써지지 않더라도 긴 시간이 걸릴 뿐, 글을 완성했다고 한다.
힘들면 쉬어도 좋다.
가던 방향을 틀어도 길이 된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 역시 그렇다. 물 흐르듯 잘 흘러가다 급류에 휩쓸리기도 하고, 암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 숨을 고르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잠시 멈춰도 좋다. 다만 그 쉼이 끝이 돼서는 안 된다. 작가는 그 쉼을 혼자서 견디는 것보다 주변을 둘러보라고 한다. 작가는 책에 목청껏 외쳐주는 응원, 작게 속삭이는 응원, 그저 어깨를 툭툭 쳐주는 손길 같은 응원,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응원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냈다. 응원받고 용기를 얻은 사람은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어쩌면 자신이 가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사는 작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는 어른이 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의심을 가지지 않았던 엄마로 사는 삶은 지금껏 살아온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좌절과 자책, 혼란과 깨달음, 환희와 뿌듯함. 엄마가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는 엄마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 작가는 1부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눈 시선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2부에서 작가는 엄마의 시간에서 벗어나 글 쓰는 사람으로 사는 이야기를 적었다. 아이들 키우기 바빴던 작가가 우연히 글을 쓰면서 치유한다. 작가는 치유를 넘어서 앞으로도 글을 쓰고 살겠다는 꿈을 품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특히 2부에서는 9편의 독특한 인터뷰가 실려 있다. 보편적인 질문부터 허를 찌르는 독창적인 질문까지 있어 질문과 답변을 읽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자신이 만약 작가가 돼서 독특한 질문을 하는 기자를 만나서 하는 인터뷰를 상상하며 인터뷰 시리즈를 만들었다고 한다.
3부에서는 엄마도 작가도 아닌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만난 따스한 이웃에서부터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 항상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과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태도는 작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들이 성실히 하루를 채워가는 모습은 지친 작가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응원이었다.
이 책은 작가와 타인의 삶을 진지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작가만의 렌즈로 바라보고 풀어낸 글은 독자들에게 건네는 작은 응원이다. 40여 편의 작은 응원이 모인 이 책은 긴 겨울 끝에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지친 독자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