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하오”, “팅뿌동”, “워슬한궈런!”
- 부모님 따라 중국에 간 소녀의 생생한 공산주의 사립 초등학교 체험기
공산주의 사립 초등학교, 말 자체로 모순적이다. 공산주의가 자고로 ‘모든 것을 공평하게’를 제1원칙으로 삼는 사상이라면, 사립은 공공단체가 아닌 개인이나 법인이 세운다는 의미다. 공산주의는 빈부격차를 없애려는 사상이므로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개인보다 단체를 중시하기 때문에 양립할 수 없다.
저자는 그런 모순적인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2007년 초등학생이었던 저자는 부모님의 사업 때문에 중국으로 떠났다. 아직 중국어에 서툴렀던 소녀는, “니하오(안녕)”, “팅뿌동(못 알아들어)”, “워슬한궈런(나 한국인)” 딱 세 마디로 낯선 환경에서 버텨야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중국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생활한 5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다. 우여곡절 많았던 중국 적응기부터 시작하여 학교 일상,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국 초등학교의 독특한 특징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교육과정이다. 평등을 중요시하는 공산주의 이념이 반영된 중국 초등학교에서는 규율이 엄격하다. 모두가 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야 하고, 이동할 때는 항상 일렬로 줄을 맞춰 다녀야 한다. 심지어는 책상 정리법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매일 국기 게양식을 하고 단체 활동을 많이 한다. 책에서는 한국과 다른 교육관에 대한 가치 판단보다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자의 관점에서 묘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빨간 스카프를 매고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국가를 부르니 왠지 모르게 신나서 따라 불렀다는 대목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야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교육과정에는 그 나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지식, 가치가 집약되어 있으므로 한 나라를 들여다보기에는 적격일 것이다. 역사, 문화,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이웃나라지만 정작 중국의 생활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공산주의 사립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가깝지만 먼 나라 중국을 가깝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