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감독의 ‘옷 수선’을 향한 여정의 출발점은 하체 콤플렉스를 가지고 스키니진과 사투하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줄넘기와 스쿼트로 튼튼한 육체를 만들라던 아버지와 요가를 열심히 해서 얇은 다리로 ‘나아져야’ 한다고 말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정연수 감독은 용돈으로 패션 잡지를 사 모으며 잡지 키즈로서 패션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키워간다. 얇은 다리와 마른 몸을 갈망하며 패션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SNS의 패셔니스타들을 보며 동경과 우울을 감출 수 없던 작가는 화려한 패션계에서 멀어질까 두려운 마음에 급기야 다리에 보톡스, 지방분해 주사를 맞기 위해 거듭 시술대에 눕는다. 그러던 중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패션 산업의 실체를 낱낱이 알고 난 뒤, 작가의 패션에 대한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자신의 스타일을 탐구해 오래 입을 만한 옷만 구매하고, 새 옷 대신 중고 옷만 구입했으며, 환경 단체와 인연을 만들고,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환경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옷은 사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끼고 수선해 오래 입는 것이 된다. 작가는 거대한 패션 산업의 빠르고 무서운 ‘창조력’ 대신, 고치고 지키며 수선하는 ‘재창조’의 가치를 찾아 나선다.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외국에서 느낀 아무거나 입을 수 있는 몸의 자유, SPA 브랜드의 파트타임 경험과 패션 산업의 한계, 프랑스 플리마켓에서 얻은 인연과 영감 등 패션을 사랑하는 한 개인이 우리 사회 안에서 패션의 실체를 맞닥뜨리며 겪게 되는 모순의 상황에서 그 어느 것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감당하기로 한 용기는 결연하고 뭉클하다. 패션과 환경 모두를 지키고 싶은 뜨거운 패션 러버뿐만 아니라 물건과 옷을 쉽게 버리는 세태에서 수선의 미학을 감지하며 다시금 환기하고픈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패션과 지구, 둘 다 사랑할 수 있을까?
SNS 패션 인플루언서에서 환경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기까지
패션을 사랑하여 SNS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작가가 뷰티 크리에이터와 패션 브랜드 매장 직원, 업사이클링 담당자를 거쳐 환경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기까지, 패션을 사랑하는 10대, 20대를 보내며 몸과 옷 사이에서 겪은 절절한 고군분투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주삿바늘을 대며 몸을 고치다가, 옷 수선을 위해 재봉을 배운 작가의 바늘에서 출발해 바늘로 끝나는 이야기. 그렇게 작가는 바늘은 내 몸이 아니라, 오래도록 함께할 옷을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과잉된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할 진정한 가치와 자세를 돌아보다.
무쓸모가 버려짐과 폐기로 직결되는 과잉 생산 문화와 패스트 패션 산업 속에서 우리의 옷장에는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이 넘쳐난다. 그러면서도 입을 옷이 없어 쇼핑몰을 들락거린다. 이러한 세태에서 작가는 유행을 따르기보다도 진짜 자신의 취향에 맞으며, 오래 입을 가치가 있는 옷을 선별해 오래도록 아끼고 수선하는 기쁨을 누려보기를 권한다. 패션도 환경도 지키고 싶던 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신중한 결심에서 소비주의 사회에서 선택의 기준마저 빼앗기게 되는 오늘날, 자신의 가치관을 향해 결정대로 실천하며 행동하는 용기와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20년 옷장을 위한 기본템 고르기, 바람직한 옷 보관법 등
내 옷과의 오랜 동행을 위한 팁 공유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고, 취향에 꼭 맞는 아이템을 선별해 20년 뒤까지 거뜬히 입을 수 있는 옷장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작가는 셔츠, 검은 슬랙스, 재킷, 트렌치코트, 블랙 니트 등 종목별로 좋은 ‘기본템’을 고르는 팁을 공유한다. 또 프랑스 리옹 플리마켓의 예사롭지 않은 셀러에게 전해 들은 옷 보관 팁, 중고 패션 애플리케이션, 수선을 배울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등 옷을 ‘오래 입기’ 위한 실용적인 팁을 가득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