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통이다.
다양하게 찾아오는 고통이다. 내 잘못으로 만난다. 예상되니 덜 힘들까? 내 잘못 없이 쳐들어온다. 뜬금없어 더 힘들까? 고통은 힘이 세다. 내게 임한 고통, 내 사랑, 내 가족, 내 자녀에게 임한 고통, 어떤 고통이 더 세게 나를 힘들게 할까? 사랑하는 만큼 힘들다. 저자의 말이다. “12층 복도에 서서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 나의 온몸을 지탱하는 무엇인가가 일제히 꺾이며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16쪽). 과연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삶은 고통이다.
삶은 두려움이다.
고통스러운 삶은 두렵기조차 하다. 저자의 말을 들어 보자. “이제 어떻게 하지?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40쪽). 명의를 만난 줄 알았다. 처방대로 주사도 맞고 약을 먹으니 아이의 얼굴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고통 끝, 행복 시작’인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다시 나빠지기 시작하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주사를 맞아도,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그때 들려온 어느 약사의 한 마디, “어머니! 정신 차리세요!!”(36쪽). 알고 보니 낫는 게 낫는 게 아니었다. 좋아지는 듯 나빠지는 삶은 두려움이다.
삶은 사랑이다.
계속되는 고통,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삶은 사랑이다. 딸의 고백이다. “엄마, 아무래도 학교를 못 다닐 것 같아”(53쪽). “… 나 나을 수는 있을까?”(53쪽). 고통을 호소하는 딸의 입에서 결코 나와서는 안 될 말이 나오고야 만다. “… 나 죽고 싶어”(55쪽). 울음이 터진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때가 있다. 그 울음이 사랑이다. 속수무책 당하고 있을 즈음 멀리 남도의 한약방을 소개해 주는 지인이 사랑이다. 중국 명의를 찾아가는 수고가 사랑이다. 그 사랑이 고통스럽고 두려운 삶을 이긴다. 삶은 사랑이다.
삶은 소망이다.
딸의 아토피는 극복되었다. 저자는 치유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후유증으로 습진이 남았기 때문이다. 딸의 손에서 평생 떠나지 않을지도 모른단다. 그러나 아토피는 극복되었다. 지나갈 것은 지나갔다. 앞으로도 지나갈 것은 지나갈 것이다. 죽고 싶다던 딸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었다. 삶은 소망이다.
저자의 말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한 번쯤 예상치 못한 고난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돌아보니 제 삶에서 가장 힘든 시간으로 기억되는 그때 우리 가족은 날마다 동행해 주시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사랑을 체험했고 딸은 자신의 진로를 확고히 찾아 들어섰으니 ‘고통에는 뜻이 있다’라는 말씀도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라는 말씀도 잘 박힌 못처럼 제 가슴에 있습니다”(91쪽)
고통에는 뜻이 있고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단다. 그렇다. 소망을 품고 사랑하며 살아야 할 이유다.
저자의 마지막 말을 들어 보자. “우리 가족의 근간을 흔들었던, 그리고 아직도 경계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우리 가족이 겪은 고통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장 힘든 순간에 기억되고,
그 순간,
내미는 손을 붙잡아 주는 따뜻한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93쪽).
저자의 말처럼 되기를 바란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