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13편의 논문을 모은 이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된다. 강정인은 학문적 차원에서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는 데에 서양 정치사상의 한국화, 전통 정치사상의 현대화, 그리고 현대 한국정치의 사상화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책의 구성도 전반적으로 강정인의 문제의식을 따라가되,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제1부 “동서 사상의 교차와 횡단”은 강정인의 정치사상 연구 여정에 ‘서구중심주의 비판’의 문제의식이 형성된 배경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살펴본다. 제1장 “사상의 번역, 번역의 사상”은 30여 년에 걸쳐 진행된 강정인의 서구 사상 번역 작업을 개괄하면서, 서구 사상의 대중화-서구 사상의 한국화-서구 사상에 대한 창조적 해석-한국 사상의 세계화로 이어지는 문제의식의 흐름을 읽어낸다. 제2장 “강정인의 ‘동·서 통섭’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정치사상 분야에 깊이 내면화된 서구중심주의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강정인이 제시한 ‘동·서 통섭’의 실천과 성과를 검토하고 그 의의와 한계를 짚는다.
제2부 “‘서구중심주의 비판’의 문제의식”에서는 ‘서구중심주의 비판’이라는 문제의식 자체의 타당성과 그 한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한다. 제3장 “한국적 민주주의와 한국적 헌정주의”는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를 화두로 삼아서, 민주주의라는 용어 앞에 붙는 한정사의 의미를 유교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와 관련해 폭넓게 고찰한다. 제4장 “‘서구에 수렴하는 정상화 과정’이라는 문제”는 강정인이 한국 현대 정치상의 전개 과정을 “서구에 수렴하는 정상화 과정”으로 설명했다는 점을 파고들면서, 그가 중심과 주변에 대한 사유 전반을 재구축하려는 기획을 구상했다는 점을 밝힌다. 제5장 “강정인의 서구중심주의 비판과 그 정치사상적 특징”은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자인 아민(S. Amin)과의 비교를 통해서 강정인의 서구중심주의 비판 담론이 드러내는 특징을 각각 서구중심주의의 전개과정, 폐해, 대안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서구중심주의 비판에서 서구와 비서구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제3부 “방법(론)으로서의 ‘서구중심주의 비판’”은 서구중심주의 비판을 비교정치이론의 맥락에 위치시키면서, 서구와 비서구를 어떻게 적절히 비교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제6장 “비교정치이론에서의 비교의 함의와 그 방법에 대한 소고”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비교정치이론의 등장과 성장 및 비교정치이론에서 비교의 함의를 개괄하면서, ‘서구중심주의 비판’의 비교가 경계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낸다. 제7장 “탈서구중심주의 비교정치이론 방법론의 모색”은 강정인의 서구중심주의 극복 전략을 비교정치이론의 연구 방법론적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그것이 탈서구중심주의의 이론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보완한다.
제4부 “동·서양 정치사상과 ‘서구중심주의 비판’”에는 ‘서구중심주의 비판’의 맥락에서 시도된 동·서양 정치사상 연구 성과들을 재해석, 재비판함으로써 기존의 문제의식을 보완하거나 확장하려는 시도가 담겼다. 제4부의 네 편의 글은 강정인의 ‘서구중심주의 비판’의 문제의식이 좀더 설득력 있게 실천되려면 한국의 전통사상과 서구의 정치사상 모두를 더 세밀하고 풍부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을 암묵적으로 공유한다. 제8장과 제9장은 동양 정치사상 전공자의 시각에서 강정인의 유가 사상에 대한 연구 성과를 서로 다른 관점으로 검토한다. 제8장 “유가정치사상에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중첩”은 강정인의 유가 사상 연구 전반을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라는 관점에서 정리하고 평가하면서, 강정인의 ‘중첩’과 ‘동시성’에 대한 감각을 확인한다. 제9장 “덕치/법치와 동서 통섭”은 ‘동양의 인치(人治) 대 서양의 법치(法治)’라는 오랜 이분법적 구도를 서구중심주의적 편견의 한 사례로 보고, 그런 인식 구도의 해체를 위해 ‘유교적 덕치와 서구 근대 법치의 겸전’을 주장하는 강정인의 논의를 꼼꼼히 다시 읽는다. 그러면서 동양 전통 사상을 바라보는 서구중심적 편견을 극복하려는 강정인의 논의를 보완한다. 제10장과 제11장에서는 서구 사상을 서구중심주의의 맥락에서 해석한 강정인의 성과를 재검토한다. 제10장 “존 로크의 정치사상과 서구중심주의”는 존 로크의 정치사상을 서구중심주의의 맥락에서 해석하는 입장을 검토하면서 로크적 자유주의의 특징을 재조명하고, 이로부터 ‘서구중심주의 비판’의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들이 그 목적의식에 지나치게 사로잡힐 경우 자칫 로크 사상을 편협하게 이해하거나 어느 일면만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11장 “사회계약론을 다시 생각하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홉스, 로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이른바 ‘자유주의적 사상’의 범주로 묶어 분석, 비판하는 기성의 논의가 그들 간의 차이를 단순화하거나 은폐하게 되는 문제점을 깊이 파고들면서 ‘서구중심주의 비판’이 보완해야 할 한계를 시사한다.
마지막 제5부 “‘한국 정치사상의 재구성’이라는 문제의식”에서는 ‘서구중심주의 비판’의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현대 한국정치를 사상적으로 독해한다. 제12장 “이승만의 자기 인식과 권위주의의 정당화(1945.10-1950.6)”는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비민주적인 정치행태를 보였던 이승만의 인식 체계를 민주주의의 설계자 및 건설자, 국민의 훈육자, 민의(民意)의 대행자로 분석한다. 이 분석은 강정인이 한국 정치의 특징으로 제시한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중첩적 병존’을 보완하는 의미를 갖는다. 제13장 전재호의 “2000년대 한국의 ‘탈민족주의’ 논쟁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 기성 학계의 민족주의 인식을 비판하고 등장한 탈민족주의 담론과 그에 대한 기성 학계의 재비판을 한민족 형성의 근대론, 포스트모던 역사 인식, 권력 담론으로서의 민족주의, 탈민족 및 탈국가 역사 인식/서술과 국사해체론 등 쟁점별로 정리하고 재음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