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의 개요
언론이나 소비자들은 식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하면, 금방이라도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식품과 유해물질! 그 고질적인 연결고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
저자는 대학에서 10년 동안 식품을 전공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7년을 근무하면서 식품 기준 규격 관리, 유해물질 기준 설정, 위해 평가, 시험검사 등 식품 안전관리에 대한 정책 및 실무, 사건사고 등의 경험을 토대로 깨달은 이론(과학)과 실무를 중심으로 소비자와 언론, 식품정책 전문가들이 알아야 하는 유해물질(Hazard)로 인한 식품의 안전과 위해(Risk)에 대하여 저술하고자 한다.
우리는 날마다 자연환경, 생활환경, 식생활 등과 함께 수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단지 노출되는 양이 적어서 인체 건강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이다. 식품에는 왜 유해물질이 존재하는 걸까? 그 이유는 첫째, 자연환경 때문일 것이다. 지각(지구표면), 즉 토양은 중금속이 하나의 성분으로 되어 있다. 자연환경 중 수많은 미생물이 번식하고 있어서 곰팡이독소의 생성은 당연하다. 지구상 존재하는 생물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독성(패독, 복어독, 식물독 등)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인류가 살아가기 위한 생활 방식 때문일 것이다. 생활 폐기물의 처리 등에서 다이옥신, PCB 등 유해물질이 나온다. 셋째, 우리의 전통적인 식습관 때문일 것이다. 굽기, 훈연 과정에서 생성되는 벤조피렌,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메탄올, 에칠카바메이트, 튀김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 등이 존재한다. 우리의 식생활은 이러한 유해물질과 공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우리 인체 들어오는 양이 적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뿐이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식품의 안전성은 유해(有害, Hazard)와 위해(危害, Risk)를 구별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언론, 국회 등 대부분은 유해와 위해를 구분하지 않고 유해라는 단어만으로 해석하고 이해함으로써 불필요한 논쟁과 불신, 사회 불안 등을 일으키고 있다.
유해(hazard)는 농약, 중금속, 발암물질, 식중독균 등과 같이 위해(risk)를 일으킬 수 있는 위해 요소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유해)에 노출되지 않으면 위해(risk)는 일어나지 않는다. 위해(risk)는 농약, 중금속, 발암물질, 식중독균 등이 검출된 식품을 먹을 때 얼마만큼 노출(섭취)이 되는가가 중요하다. 많이 노출되면(먹으면) 인체 건강에 해를 끼쳐 위험하고, 조금 노출되면(먹으면) 무시할 수 있다. 즉 유해(위해요소)가 곧 위해(risk)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뱀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뱀은 독이 있는 유해(물질)이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만이 비로소 인체 건강에 해를 끼치며, 이때를 위해가 발생했다고 표현한다. 이때 유해 크기는 독의 정도가 다른 뱀의 종류로 표현할 수 있고, 위해 크기는 뱀이 사람에게 얼마나 접근했는냐로 표현할 수 있다. 뱀의 유해 크기(독이 없는 뱀이냐, 독이 강한 뱀이냐)는 그 뱀이 사람을 물어서 인체 건강에 얼마나 심각한 해를 끼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고, 뱀이 사람을 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사람에게 얼마나 가깝게 접근(1m 거리, 5m 거리, 10m 거리)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독이 강한 살모사라 할지라도 1m 거리보다는 10m 거리에 있는 뱀에게 물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우리 사회(소비자들)는 10m 아니 100m 거리에 있는 살모사(유해물질이 검출된 식품)를 무서워하면서 공포에 떠는, 할 일을 못하는(식품을 못 먹는) 세상이다.
앞으로 유해와 위해를 구별하여 이해한다면 식품 안전은 과학으로 바뀌어 설명하게 될 것이다.
식품 중에 유해물질이 검출되었을 때, 유해와 위해를 구별한다면
→ ① 유해하니 무조건 먹으면 안 된다는 개념(1단계)에서
→ ② 어떤 독성을 가진 유해물질이 얼마나 검출되었으니 먹으면 안 된다는 개념(2단계)에서
→ ③ 이제는 어떤 독성을 가진 유해물질이 얼마나 검출되었으니 그 식품을 얼마나(예, 한 번에 몇 g 이하) 어떻게(예, 1주일에 몇 번) 먹으면 안전하다(또는 위해하다)는 개념(3단계)으로 바뀌게 된다.
이제는 식품에서 유해물질의 검출량이 아니라 유해물질이 검출된 식품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먹느냐로 바꿔야 하고, 그 위해성은 내가 먹는 식품 섭취량이 그 유해물질의 유해 크기(독성평가로 측정)에 얼마나 접근했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즉 유해물질이 검출된 식품의 안전성은 인체 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도를 나타내는 위해 크기(위해평가로 측정)로 따져야 한다.
우리는 식품을 섭취하면서 “중금속 기준에 부적합한 식품을 먹으면 인체에 해로울까? 적합한 식품이라고 마음 놓고 먹어도 될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유해물질로 인한 식품의 안전은 “식품 중 기준 설정만이 최선이 아니다.”라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중금속 기준은 왜 식품마다 기준값이 다를까. 소고기와 같이 카드뮴 기준이 낮은 것(0.05mg/kg 이하)과 조개와 같이 카드뮴 기준이 높은 것(2.0mg/kg 이하)은 왜 그럴까. 조개를 소고기처럼 기준을 설정하면 모두 기준을 초과하여 조개류를 먹을 수 없다. 소고기를 조개처럼 기준을 높게 설정하면 소고기 중 중금속의 오염을 관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유해물질(농약, 중금속 등) 기준(잔류허용기준, 최대기준)은 식품으로 인해 유해물질이 인체에 축적되는 것을 관리하는 수단이지 인체의 위해 여부를 따질 수는 없다. 인체 위해 여부를 따지는 것은 그 유해물질의 인체 노출량과 유해물질의 유해 크기인 독성값(인체노출안전기준)이다. 식약처는 2013년 유해물질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식품 중 유해물질의 검출량에서 인체 총 노출량 관리 체제로 전환하였다(저자 정책입안). 유해물질의 인체 총 노출량이 유해 크기를 초과하지 않아야 인체의 건강에 해(위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위해의 개념으로 볼 때,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올바른 식품 섭취 방법은 다양한 식품을 적당한 양으로 골고루 편식하지 않고 먹는 것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해물질의 함유량이 낮아도 섭취량이 너무 많으면 인체 노출량이 증가하여 위해 크기가 증가하고, 유해물질의 함유량이 높아도 섭취량을 줄이면 위해 크기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식품 중 유해물질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이 책을 통하여 인체 건강의 위해성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하여 국민 건강 증진과 식품산업의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 소비자는 식품 중에 유해물질의 검출로 인한 불안감 해소하고, 둘째, 방송, 신문 등 언론은 식품 중 유해물질 검출 위주의 보도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식품으로 인한 인체 위해성 여부로 보도하고, 셋째, 위해식품의 법 적용은 식품의 안전성을 인체 위해성 여부로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넷째, 식품산업계에게는 식품 중 유해물질 검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쇄신을 기대해 본다.
이번 책은 과학적 내용을 142개 문답식과 반복 언급을 통하여 누구나 식품 중 유해물질의 안전성을 이해하기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으나 그래도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전문적, 과학적, 법리적 내용을 실무 경험 중심으로 처음으로 정리하다 보니 다소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지적해 주시면 바로 잡을 것임을 약속드린다.
이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오뚜기함태호재단’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출판해 주신 광문각출판사 박정태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