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내게,
편두통이 찾아왔다!
“머리에 딱따구리가 앉아 쪼아대는 듯해요.”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요.”
“머리가 뜨거워 터질 것만 같아요.”
“두통이 목과 어깨까지 내려와 결려요.”
“안구통이 심해 너무 고통스러워요.”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생생하다. 사실, 두통은 감기만 걸려도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살면서 감기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이 없듯, 단언컨대 두통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두통이라는 ‘증상’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미 아는 증상이기 때문에 쉬이 무시하기도 하고, 환자가 이상을 느끼더라도 그 심각성에 대해 주변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것이다.
두통 환자가 겪는 문제 중 가장 안타까운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질병으로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 곧 질병으로 인식되고 인정받는 ‘진단’이 늦어지는 게 단순히 쓸 만한 진단지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환경(가볍게 지나가고 말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환자가 이상을 눈치챘을 때는 두통이 많이 진전돼 퍽 견디기 힘든 상태일 때가 많다.
다시 말해, 편두통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적절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을 어렵게 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두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은이는 치과, 안과, 정형외과 등 동반 증상과 관련된 다양한 병원을 찾아 고통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분투했지만 매번 좌절하고 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신경과에서 ‘편두통’ 진단을 받는다. “이렇게 될 때까지 미련하게 홀로 견뎌냈다는 후회와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책” 속에서 지은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 나선다. 곧 책은 편두통과 관련한 지은이의 자기고백적 기록인 셈이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염두에 둔 첫 독자는 과거의 ‘나’였다. ‘앞으로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계속 그렇게 살래?’ 하는 마음이랄까. 먼저 아파본 사람으로서 경험을 나누고자 시작한 글이었다.”
지은이는 편두통을 진단받기까지 좌충우돌했던 일들, 진단 이후 삶의 변화들, 치유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시간순으로 풀어냈다. 특히 약사로서 그동안 복용했던 약들의 후기를 꼼꼼히 남겨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다. 지은이는 편두통 치료에 관한 여러 노하우와 위로가 담긴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두통은 완치가 없다. ‘두통 완치’를 아프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삼는다면,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프고 안 아픈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노력해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덜 아플 수는 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리 없을 정도로 좋아질 수 있다. … 편두통 환자에게 완치란 두통 빈도와 약 먹는 횟수가 줄고, 통증이 약으로 조절되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끼니를 챙기고, 제때 자고,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자. 그러면 시간은 내 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