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담은 슬픔을 처방하는 유일한 진통제
농담은 치유력이 있어서 상처가 깊은 사람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30쪽
삶은 후회와 반성의 연속일는지도 모른다. 투병 중인 엄마의 방문을 한 번도 열지 않은 일, 첫 월급을 받고도 엄마에게 좋은 선물을 하지 않은 일, 선물은커녕 따스한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않은 일……. 김현민은 ‘아픈 엄마’가 ‘없는 엄마’가 되어버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엄마를 떠올렸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전보다 엄마를 자주 떠올리지 않는 자신에게서 그는 한 조각 슬픔을 발견한다. 동시에 이토록 슬픈 자신이 코미디를 하고 있다는 게 농담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시시때때로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에 짓눌릴 때마다 농담을 떠올린다. 커피처럼 쓰디쓴 농담을 쓰고 또 쓴다. 농담으로 엉뚱한 꿈을 꾸며 농담으로 현실에 발 닿는다. 작가에게 농담은 친구이자 비상약이며, 우주선이자 소원인 셈이다. 작가는 언젠가 엄마를 다시 만나 해줄 단 하나의 농담을 준비하는 중이다. 자, 그게 어떤 농담이냐면…….
■ 지속 가능한 코미디를 꿈꾸며
뿌리 없는 농담은 ‘왜’라는 질문에 처참히 휘발되니까. 뿌리 없는 농담은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178쪽
“이건 왜 하는 거지?”, “이건 왜 웃긴 거지?” 막내 작가 시절, 자신뿐 아니라 팀원 모두를 괴롭게 했던 질문을 작가는 끌어안고 있다. 이걸 왜 해야 하며, 만약 웃긴 거라면 무엇이 어떻게 웃긴 건지 생각한다. 코미디 작가 김현민은 미리 계획 세우는 걸 선호하고, 달력의 빈칸은 휴식이 아닌 일로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 자연스럽게 그의 경력과 계획은 모두 농담과 관련된다. 더 좋은 코미디, 더 웃긴 농담을 위해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회의하고 써낸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농담을 경계하지만, 과도하게 경직되어 자유롭지 못한 농담은 코미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가 막히게 엉뚱하고 발랄한 아이디어가 있는 농담을 꿈꾸지만 현실에 기반한 스케치 코미디의 잔잔함에도 영감을 얻는다. 《엄마 없는 농담》은 ‘꿈’을 찾는 취업 준비생의 간절함에서부터 ‘일’의 의미를 찾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의 애환이 담겼다. 작가에게 꿈과 일은 코미디다. 우리에게 꿈과 일은 무엇일까? 《엄마 없는 농담》을 읽으며 둘을 모두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