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살 줄 아는 용기가
삶을 더욱 자유롭게 한다
‘고독사’의 사전적 의미는 홀로 사는 사람이 연고 없이 쓸쓸하게 사망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매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오래전과는 다르게 ‘고독사’라는 단어는 어디서든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현실적인 언어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미 암으로 배우자와 자녀를 앞서 보낸 후, 팔순이 넘은 나이로 홀로 지내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그에게는 아들 내외가 있으나, 함께 지내지 않고 홀로 지내는 것을 선택했다. 오래전부터 투병하는 배우자를 위한 식사 준비를 위해 젊은 주부들 틈바구니에서 요리 학원을 혼자 다니기도 했다. 이제는 홀로 스스로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에도 전혀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요리는 나 같은 독거노인이 생존 능력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작은 권력이며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혼자 레스토랑에 드나들면서 1인 고객을 냉대하는 지배인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어졌다. 오히려 특정 메뉴의 레시피에 대해 질문하면 그가 나를 격이 다르게 대우하는 시선이
즐거웠다. 그냥 뭔가 먹어야겠다는 게 아니라 맛있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욕심이 나를 이처럼 자유롭게 해줬다. 나는 그런 삶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본문 중에서
“집에서 죽자. 난 오늘 결심했다.”
그도 암 투병으로 죽음의 위기를 몇 차례 넘겼다. 고통이 극심해진 어느 날 자정 119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마땅한 응급실을 찾는 데 실패했다. 가시밭에 뒹구는 것 같은 고통에 휩싸였고 도로의 수많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배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이 이중으로 덮쳐왔다. 그때 “집에서 죽자”라는 결심을 다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일이 있기 전 이미 13년 넘는 1인 가구 생활 훈련을 통해 독립적으로 혼자 사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것이 그의 마음을 한결 자유롭게 했다고 전한다. 언젠가 그가 혼자 숨져있는 모습이 뒤늦게 발견됐다 하더라도 결코 놀라지 말 것을 아들 내외에게 여러 차례 일러두었다. 우리 시대의 삶과 죽음이 그러하니 아버지의 고독사를 섧게 여기지 말라 했다. 그것은 불효가 아닌, 저자 자신을 위한 평화이자 세상의 평화라 이야기한다.
최근 1인 가구, 특히 독거노인의 비중이 커지며 가족과 이웃도 모르게 세상을 떠나는 사례는 매우 많다. 요즘 말로 먼저 가는 것에는 순서가 없듯, 죽음은 연령과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찰나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독사를 말하는 이유는 바로 엄청난 일을 결행하려는 독거노인의 각오가 아닌, 그저 사는 데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의 반작용이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이란, 자신의 인생에서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마지막으로 행사할 수 있는 온전한 자기 결정권의 결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