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어른이 되기 위해
편안함 대신 두근거림을 선택했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무작정 떠난 세계 여행 이야기
인생의 작은 질문을 염증처럼 안고 평범하게 살아갔다. 능력과 노력에 비해 욕심이 커서 늘 목표보다는 모자랐지만 뒤처지지 않은 삶을 보냈다. 회사에 취업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며 다짐했던 나날들, 간절한 꿈을 찾지 못해 남들과 같이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매년이 최악이고 최고의 경쟁률인 취업시장에서 교환학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계 회사에 골라서 들어가는 호사를 누렸다. 회사 팀에는 영리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아 쉽지 않은 첫 사회생활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회사는 지옥이라며 겁을 주던 말은 다소 과장이라고 느껴질 만큼 괜찮은 나날을 보냈다. 업무가 능숙해지고 생활이 안정될수록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미래가 그려졌다. 분명 행복하고 좋은 삶의 모습이었으나 안정이 찾아올수록 염증처럼 남아있던 삶의 질문을 되뇌는 날이 잦아졌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20년 후의 나에게 묻건대 이대로 산다면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15살의 자신이 물었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9살에 처음으로 꾸었던 세계여행의 꿈을 실현하지 않는다면 후일 큰 후회가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의 염증은 미래에 큰 병이 될 것 같았다. 가장 안정되고 괜찮은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이 이상의 안정과 행복이 두려워 사직서를 썼다.
어떻게 살아도 삶에 행복보다 고난이 많다면, 아무리 잘 살아도 후회가 남는 것이 인생이라면, 나는 왜 살아야 하며 결혼을 하고, 새 생명을 부여할 자격은 어디에서 주어지는 걸까?
오랫동안 물어본 인생의 질문을 얻기 위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꿈을 찾기 위해, 그리고 어른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최고의 선택을 하고 오늘을 아무리 잘 살아도 차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 일말의 아쉬움은 늘 남는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다짐이다. 인생은 한 가지의 길만 갈 수 있기에 짜장면을 주문하면 짬뽕이 아쉽듯 후회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었다. 인생에는 짬짜면이 없다.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며, 삶에게 답 없는 질문만 해오며 고뇌했던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과찬을 전한다. 눈을 뜨게 해준 하루의 시작과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과거를 적당히 후회하고 미래를 적당하게 걱정하겠다. 어느 날에 찾아올 불행한 나날도 잘 견디고 이겨내길 바란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지난날의 발자취를 기쁘게 돌아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