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켜낸 소중한 오늘 하루
학곡리 364-2번지에서 42년 동안 목회를 하며 한 자리를 지켰던 허태수 목사가 그동안 출판했던 책들 중 여러 꼭지를 고르고 다듬어 한 권에 묶었다.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며 소소한 일상을 뒤돌아보고, 세상에 상처 입은 영혼을 위로하고,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로 행복의 근원을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었던 허태수 목사. 치장 없이 전개되는 그의 문장은 읽는 것 자체가 곧 묵상이 된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읽는 듯 말랑말랑해지는 순간도 만날 수 있고, 각별한 선배나 친구의 따끔한 조언처럼 가슴에 새기고 싶은 글귀를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주변 물상들과 나누었던 그의 대화법과 소통의 기쁨을 잔잔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로 풀어 나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된다. 그가 펼쳐 보이는 것은 그의 일상과 생각들이지만, 독자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발견하고,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목사님이라는 종교인이기 이전에 만물과 소통하는 한 사람으로서, 인생을 조금 먼저 살아가고 있는 선배로서 그는 독자들에게 ‘올레!’를 외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실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지금은 스스로에게 멋진 감탄사를 외칠 때라고!
좋은 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속에 있는 나쁜 것도 사랑한다는 의미입니다. 편안함 속에 불편함이 있는 것이고 불편함 속에 편안함이 있는 겁니다. 당신의 편안함, 나의 불편함, 나의 불편함, 당신의 편안함. 이것들이 합해져 훌륭해지는 것입니다. 이것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융합이 될 때 우주는 아름다워지는 것입니다.
바다와 하늘은 전혀 다르지만 서로의 다름을 탓하지 않고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역할을 다합니다. 우리는 늘 생활 가운데 바다이면서 하늘인 것입니다.
- 「바다이며 하늘입니다」 중에서
서로 기대고 있어야 사람입니다. 서로 의지하고 있어야 사람입니다. 아플 때 슬플 때 같이함으로서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의미라 여겨집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아픔과 슬픔은 결코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단연 행복의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땅을 짚어야 일어설 수 있는 것처럼요. 당신을 넘어지게 한 그것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 「넘어지게 한 것을 딛고 일어서는 힘」 중에서
세상의 곳곳에는 각종 경계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경계들은 억압의 지도인 동시에 해방의 지도입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오늘날 금기의 경계, 넘지 말아야 할 사회적인 억압들은 바로 이 사회를 탈주할 수 있는 지도이기도 합니다. 너무 위험해서 어쩌면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르는 선을 넘는 순간, 기적은 일어나는 것이지요.
- 「선(線)은 넘으라는 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