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격절록(擊節錄)』은 제목 그대로, 선가에 내려오는 1,700공안 가운데 설두중현(雪竇重顯)이 백칙(百則)을 가려 뽑아 염고(拈古)한 것을 보고 원오극근(圜悟克勤) 선사가 무릎을 치며 탄복하고 칭찬해서[擊節嘆賞] 법문한 책으로, 제자들의 확철대오(廓徹大悟)를 위해 핵심을 찔러[擊節] 준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지침서이다.
『원오심요 역주』(2018)ㆍ『마조어록 역주』(2019)ㆍ『방거사어록ㆍ시 역주』(2020)ㆍ『임제어록 역주』(2021)ㆍ『조론 역주』(2022)에 이은 ‘선어록총서’ 여섯 번째 권인 이 역주서 역시, 원문의 문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철저하고 꼼꼼한 번역과 주요 한문 및 한자어에 대한 풀이, 그리고 원문의 이해를 돕는 방대한 주(註)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주석에서는 각 칙마다 『선문염송집』과 비교를 하여 그 차이점을 서술하였으며, 또한 각 칙마다 별도로 전하는 원오와 설두의 염(拈)과 송(頌)을 모두 발췌해서 번역하고 이해를 도왔다.
2.
이 책은 ‘고칙(古則)과 착어(着語)’ㆍ‘염고(拈古)와 착어(着語)’ㆍ‘평창(評唱)’으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첫째 ‘고칙(古則)과 착어(着語)’는 설두 선사가 가려 뽑은 공안을 전하면서 원오 선사가 공안의 한 구절, 또는 한 문장마다 간략하게 착어(着語, 촌평寸評)를 한 것이다. 둘째 ‘염고(拈古)와 착어(着語)’는 원오 선사가 설두 선사의 염(拈)을 전하면서 간략하게 착어를 한 것이다. 셋째 ‘평창(評唱)’은 고칙과 염고에 대해 원오 선사가 전반적으로 평(評)을 한 것이다.
참고로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로 알려진 『벽암록(碧巖錄)』은 『설두송고(雪竇頌古)』에 평창을 한 것인데, 『격절록』과의 차이는 수시(垂示)의 유무(有無)만 있을 뿐이다. 또한 『벽암록』은 수차례에 걸쳐 대중에게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격절록』은 단 한 차례 안거 기간 중에 수좌들에게 100칙 공안의 핵심만을 찔러준 비서(祕書)라고 하겠다.
3.
『격절록』은 100칙 공안을 통한 화두 공부의 격절(擊節)이고 단도직입(單刀直入)의 교과서다. 또한 고칙을 염(拈)하는 격칙(格則)이기도 하다. 설두는 “아무리 노호(老胡, 달마)라도 깨달아 안 것은 인정해주겠지만, 이치로 따져 안 것은 인정해주지 않겠다[只許老胡知 不許老胡會]”고 하고, 원오는 “비록 이와 같이 염하는 것은 허락해도, 이렇게 아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雖然恁麼拈 不許恁麼會]”고 하였다.
화두 공부는 불철주야 간절한 마음과 철저한 의심으로 홀연히 통 밑이 쑥~ 하고 빠지듯 해야 한다고 한다. 비록 언어문자에서 직접적인 답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한 칙 한 칙 대분심과 대의심을 가지고 읽어 나가다 보면 무릎을 치고 찬탄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스스로도 손가락 너머에 있는 달을 보게 될 기연을 얻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