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모하게, 더 낯선 곳으로
오직 여름이기에 허락된 도전들
92일간의 여름날 중에서도 8월 초, 여름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저자는 타고난 여름형 인간이지만, 이 책에 담긴 열아홉 개의 여름 장면들은 결코 순조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낯선 나라에서 혼자 오토바이 일주를 하다가 사고를 당해 피가 나고 얼굴이 찢어졌으며,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가진 돈을 몽땅 잃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 퉁퉁 부은 얼굴로 아파하면서도 오토바이 일주를 이어갔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요구하는 온갖 잡무를 수행하며, 매일 스페인어를 배우고, 태권도장과 헬스장을 찾아 운동했다. 도쿄에서는 뜨거운 불 앞에서 호떡을 구웠고, 적은 돈으로 핀란드를 여행하던 시절에는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을 통해 남의 집을 전전하며 여행을 계속했다. 오직 여름이기에 허락된 무모한 도전들을 이어나가며 자신만의 방식대로 삶을 즐겼다. 이 책은 그렇게 완성된 가장 치열한 성장일지다.
이 계절이 지나면 뭐라도 되겠지
아플 것을 알면서도 직접 부딪혀야 직성이 풀리고 좌충우돌하는 저자의 삶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여름만큼 무모해지기 좋은 계절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야심차게 도전한 경기에 지더라도 이긴 사람과 같이 땀흘릴 수 있는 여름이야말로 도전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저자의 여름 속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과연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즐겨봤는지, 내 인생의 여름이라 부를 만한 전성기는 있었는지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다 곧 삶에서 가장 뜨겁고 열정적이었던, 가장 무모했던 나만의 여름과 마주한다. 정말로 너무한, 제대로 된 여름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삶을 더 열정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보고 싶어진다. 그 결과, 인생이 꼬이더라도 미래의 내가 수습할 거라고 안심시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