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였습니다. 퇴직이나 은퇴도 안 해본 사람이 이런 책을 쓴다는 것에 대해. 지나온 삶의 흔적을 컴퓨터나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것도 좋지만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에이...” 하더라도 달갑게 받겠습니다.
2012년 1월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3월에 수술했습니다. 양쪽 갑상선을 모두 제거했지만 아직까지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 당시 격리치료를 한 달 받았는데 너무 답답해서 병원 주변에 있는 서점에 갔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쭉 둘러보는 중에 가와기타 요시노리가 쓴 〈중년수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후 중년 이후 삶과 관련된 책들을 하나씩 보면서 인생 중간정산을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수술 후 재정비도 할 겸해서 이것저것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2019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은퇴까지 3년 남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은퇴 대비 교육 한 강좌를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능력도 안 되고, 전공분야와도 맞지 않아서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당시 은퇴지원실 담당자분이 한 번만 해보고 안 맞으면 요청을 안 하겠다는 말을 듣고 강의에 나섰습니다. 강의 자료를 만들고, 강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음에 놀랐습니다.
지금은 100세 시대입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를 하루로 본다면 인생은 막을 올리자마자 끝납니다. 인생을 1막, 2막, 3막, 4막 등으로 나눌 때 일정한 기준은 없습니다. 각자가 부여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취업해서 정년을 맞이하는 시기까지를 1막으로 본다면 55세에서 65세 정도일 것입니다. 퇴직 후 취미생활이나 봉사를 하는 시기를 2막으로 본다면 대충 65에서 75세까지가 해당됩니다. 인생 3막은 75세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인생 3막을 사용하였습니다. 인생 1막은 배우고 준비하는 기간으로 대충 태어나서부터 30세까지 정도로, 인생 2막은 경제활동 기간으로 31세에서 65세 정도까지를, 인생 3막은 퇴직 이후부터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기간으로 간병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를 말합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인생 3막은 이런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데 길잡이가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책을 쓰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장모님이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인 이후 진행되는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치매에 잘 대처해서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어머니가 장모님처럼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를 포함해서 생활습관을 관찰한 결과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작용했습니다. 또 큰누나의 은퇴 후 생활도 한 몫을 했습니다. 대구에서 중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한 큰누나는 퇴직 전에 파크골프심판 자격증, 한국어교원자격증 등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연금공단에서 하는 은퇴 대비 교육도 받았습니다.
이처럼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은 은퇴하면 전원주택에 살면서 텃밭도 가꾸며,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여행 다니고 여가생활 즐기면서 여유롭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가 꿈꾸는 이상적인 인생 후반전입니다.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이러한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풍요로운 인생 후반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충족되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꿈꾸는 이상적인 인생 후반전은 돈, 건강, 관계, 여가 등으로부터 비교적 여유롭게 지내는 것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 정도도 벅찹니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돈, 건강, 관계, 여가 등 네 가지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생활하는 비율을 5%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돈, 건강, 관계, 행복의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됩니다. 중간중간에 평소 적어 두었던 일기장의 내용도 공개됩니다. 저의 치부일 수도 있지만 책만 읽으려면 지겨울 수도 있기 때문에 수록해 보았습니다. 남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여러분의 앞날에 꽃길이 활짝 펼쳐지기를 기원하면서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본문 중에 설명하겠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다음의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이 ‘다섯 가지 아(我)’는 절대 허락해서는 안 됩니다.
아족부행(我足不行)
아수부식(我手不食)
아구부언(我口不言)
아이부청(我耳不聽)
아목부시(我目不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