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운동을 좋아하세요?
모든 운동의 기본은 호흡이라고 했던가. 어떤 운동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저는 숨쉬기 운동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침대와 이불 사이에서 햄버거 패티처럼 누워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침대를 벗어나지 않으려 머리맡에 편의시설을 갖춰놓으며, 때로는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미룬다.
문득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들처럼 안 움직이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태어날 때부터 눕는 게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기질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반복하다 보니 멋진 몸매 대신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얻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먹고사는 일에 매몰된 사람들은 구태여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보다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오늘 소진한 체력을 회복하는 데 몰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눕고 싶을 때 눕고, 일어서고 싶을 때 일어서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만 한다. 자의든 타의든 이대로 살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는 불안감이 파도처럼 엄습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애쓰던 이들도 결국은 운동 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만에 땀 흘리며 오운‘완’을 외친 뿌듯함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찾아온 근육통과 운동하기 싫은 마음에 빠르게 오운‘않’을 선언하고 다시 드러눕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편하고 재미있는 운동은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
‘안 움직이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삶’에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기꺼이 움직이는 삶’으로
『침대 딛고 다이빙』은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완전히 끊어낸 과정을 담은 자전적인 에세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안 움직여 인간으로 정의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게으름에도 계급이 있다면 성골이요, 안 움직이는 데도 수준이 있다면 1등급을 거머쥘 인재가 자신이라고. 하지만 의학적으로 신체 나이가 부모님 나이에 가깝다는 굴욕적인 진단과 마흔부터는 골골거릴 거라는 살벌한 예언을 듣게 되면서, 저질 체력의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을 스스로 구하고자 운동이라는 존재를 삶에 들여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타고나길, 길들여지길 안 움직이는 인간이 하루아침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도 포기와 도전을 반복하며 다양한 운동을 전전하는 작가의 운동 순례기가 펼쳐진다. 헬스장과 필라테스 학원에서는 근육통 탓에 빠르게 운동할 의지를 잃어버리고, 신문물이라 감탄하던 줄 없는 줄넘기는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하루 만에 손절하고, 박약한 의지를 끌어올리고자 미드 시청과 함께한 실내 사이클로 ‘삼 개월 지속’이라는 새싹 같은 변화를 경험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면서 페달을 밟지 않게 된 이야기들이.
정문정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기 싫은데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침대 딛고 다이빙』 속 송혜교 작가의 모습은 운동하기 싫어서 입으로만 고민하고 뭉그적대는 우리의 모습과 똑닮았다.
조금 더 건강해지기 위해,
나 자신을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안 움직여 인간’이었던 작가가 수영을 통해 조금씩 ‘움직여 인간’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일들은 감동적이다. 수영장 레인을 거뜬히 왕복하는 수영 베테랑 할머니를 만나 체력과 다정함이 넘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고, 물속을 인어처럼 유영하며 형언하기 힘든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운동하고 싶을 때 운동하러 가기 위해 오랫동안 미뤄온 운전면허를 따고, 여행지에서 러닝을 하며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된다.
“침대를 딛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 후에야 알게 되었다. 건강한 삶은 언제나 침대에서 딱 한 걸음 떨어져서 내가 한 발짝 내딛기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운동의 고통 위에는 늘 몸을 쓰는 기쁨이 숨어 있다는 것도.”
『침대 딛고 다이빙』은 체력과 근력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기꺼이 적금을 들겠다고 말하는 안 움직여 인간들을 위한 책이다. 침대 위에서 꼼짝하지도 않다가 몸을 움직이는 법을 잃어버렸다면 이 책을 덮을 때쯤 어느새 몸을 움직이고 싶은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강박적으로 다이어트에 매달리다 자기 몸을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면 조금 더 건강해지기 위해, 자신을 조금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될 것이다.
<듣똑라>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습관을 전하던 이지상 중앙일보 기자는 “어느새 내 안에서 보글보글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라고 감상을 남기며 “일상에 지친 독자들이 이 책을 디딤돌 삼아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소담 전 닷페이스 대표는 “몸을 일으키게 하는 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웃으며 이 이야기를 읽자”라고 권했다. 그들의 찬사처럼 이 책을 읽고 함께 일어나자. 그리고 움직임 뒤에 오는 기쁨을 함께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