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순정하게 살아온 한 여류 작가의 솔직담백한 비망록 같은 작품집
유성자 작가의 수필·시 모음 『나이가 익어 가는 지금도 참, 좋네요』는 평생 순정하게 살아온 한 여류 작가의 솔직담백한 비망록과 같은 작품집이다. 책에 담긴 그의 수필과 시에서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무구한 일상의 흔적들이 정직한 언어 속에 차분히 그려져 있다. 긴 세월 저자가 살아온 날들의 고뇌와 환희, 슬픔과 기쁨이 특별한 꾸밈도 기교도 없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책에 실린 수필과 시편들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지면서 순후한 삶의 기록이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를 조용히 증명할 것이다.
유 작가의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가족이다. 그의 작품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사랑하는 가족들이다. 층층시하 시할머니까지 섬겨야 하는 낯선 결혼 생활에서부터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윤회를 겪는 어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참 따뜻하다. 흔히들 그렇듯 자신의 세계에 빠져서 사는 남편과의 일상,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감정의 변화까지 작가는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 낸다. 세상에 그 누구도 굴곡과 시련 없는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유성자 작가의 작품에서도 무수한 갈등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자신의 내면이 정제된 언어들로 표현된다.
이웃은 물론 모르는 타인들에 이르기까지 세상 사람들을 향한 유 작가의 마음가짐은 유별나게 따사롭다. 인간의 선의를 믿는 그의 유순하고 무던한 성품 탓에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깊은 배려심이 작동하면서 해피 엔딩으로 잘 마무리하곤 한다. 어쩌면 내남없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가짐은 난관을 헤쳐 가는 귀중한 조언일 수도 있다. 조금만 손해를 보아도, 작은 마음의 상처에도 쉬이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유성자 작가의 작품에서 받는 잔잔한 감동은 위안이 되기에 충분하다.
문학 장르 중에도 ‘수필’과 ‘시’만큼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투명하게 열어야만 창작이 되는 분야는 없다. ‘수필’과 ‘시’는 작위적인 요소가 들어갈 틈이 조금도 없는 질박한 문학이다. 갓 입문한 초심자들이 대개 만만하게 보고 덤벼들지만, 공부를 거듭하면 할수록 ‘수필’과 ‘시’ 문학이 얼마나 어려운 장르인지를 절절히 깨닫게 된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쉬운 문체로 정성스레 엮어간, ‘긍정의 철학’이 가득한 유성자 작가의 첫 작품집 『나이가 익어 가는 지금도 참, 좋네요』가 독자들에게 즐겁게, 그리고 의미 있게 다가가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