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정신’과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인물기록집
책의 주인공 김재옥은 자신의 진짜 성씨조차 모른다. ‘김가’(金家)는 길에서 주워 자신을 길러준 양부(養父)의 성을 따랐을 뿐이다. 또 생년월일조차 알 수 없다. 1950년대 중반 강보에 싸인 채 인천역 광장에 버려졌던 자신을 김씨 부부가 발견해 데려다 키워줬다는 것만 알 뿐이다.
그의 운명은 덕적도 섬소년으로부터 시작됐다. 김씨 부부가 거기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양어머니는 양부의 폭력에 집을 나갔고, 양부마저 인천으로 이사 온 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태생이 고아였던 그는 ‘진짜 고아’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구두닦이와 보일러공으로 혈혈단신 소년기를 보낸 그는 다행스럽게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연마해 온 태권도와의 인연으로 청년기에는 태권도장 사범과 관장을 맡아보며 무예 지도자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관장 시절 조카를 데리고 도장을 자주 찾던 지금의 부인과 만나 난생 처음으로 따뜻한 보금자리를 갖게 된다.
이후 태권도장을 떠난 그는 (주)유공에 취직해 대형 유조차 운전기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유조차 10년 경험을 바탕으로 석유 부판장을 차리며 자기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김재옥 수원상의 회장을 단 한마디로 평하라고 한다면 ‘언행일치’입니다. 그리고 스포츠 정신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스포츠 정신이란 편법을 안 쓰는 자세를 말하지요. 항상 정직하게, 정공법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수많은 거래처들로부터 신뢰가 쌓이게 되고, 그 신뢰가 경영적인 성공으로 이어진 겁니다.”(212p, 정훈교 전 한신대 대학원 스포츠재활학과 교수 회고담 중)
그의 대학원 은사이기도 한 정훈교 교수의 말처럼 정공법으로 사업에 임한 그는 2000년대 들어 주유소 경영을 시작했고, 그것이 발판이 되어 지금은 중견기업인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수원시 생활테니스협회장 등을 맡아보며 ▲2002년 한일월드컵 수원 개최 홍보 지원 ▲금강산 지역 북한 주민 돕기 ▲캄보디아 해외 봉사 ▲1억 원 장학금 쾌척 ▲체육계 및 문화계 지원 등 여러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 수원시 관내에서는 그를 ‘물 마시듯 봉사하는 사람’으로 칭할 정도다.
뿌리 찾기 염원과 독립운동가 선양
그의 집무실 한쪽 벽면에는 민족대표 33인의 영정 사진들이 가지런히 모셔져 있다. 또 그가 운영하는 수원시 영통구의 대신자연에너지 한쪽 벽면에는 진관사 대형 태극기가 정중하게 걸려 있다. 그 모습만으로도 이번 책의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 인물인가를 잘 설명해 준다.
그는 50대 이후 뿌리 찾기에 나서면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됐다. (그 이유는 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러면서 천도교를 찾아 성미(誠米)를 시작하게 됐고, 의암 손병희 선생을 기리는 일에 앞장서게 됐으며, 한발 더 나아가서는 민족대표 33인 유족회를 찾아 여러 기부 활동도 하게 됐다. 또 현재는 민족대표 33인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아보며 나라 사랑과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는 중이다.
“김재옥 선생은 우리 유족들보다도 더 유족처럼 민족대표 33인을 기리는 분이에요. 사업적으로 조금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다들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분은 뼛속까지 우리 민족혼이 들어차 있어 그런지 자기 돈 써가면서, 자기 시간 쪼개 가면서, 정말 온몸으로 우리 민족대표들과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데 최선을 다해 주는 분이라 고맙기 이루 말할 수 없지요.”(351p, 나영의 전 ‘민족대표33인유족회’ 회장 인터뷰 중)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독립운동가 나용환(羅龍煥) 선생의 손자이자 소파 방정환 선생의 외손자인 나영의 전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회장의 말처럼 그는 요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일에 모든 열정을 바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명 역사 강사 설민석 씨의 3.1 혁명 관련 설화 사건 소송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 일체를 부담한 바 있고, 사재를 털어 민족대표 33인을 기리는 독립영화 ‘아 꽃이여 별이여’를 제작하고, 직접 손병희 선생 역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수원상공회의소 회장 연임과
2024년 제51회 상공의날 대통령 표창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0월, 그는 전임 회장의 갑작스런 궐위로 비상시국의 수원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게 됐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임기 3년의 회장에 다시 선임돼 무거운 중책을 이어가게 됐다.
2021년 수원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뒤 그는 수원상의 로비를 민족대표 33인을 기리는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기업들의 경영 상황을 독립운동 정신으로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였다. 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 학생들과 금융권 직원 특강을 통해 나라사랑 정신과 민족정신을 설파하며 총성 없는 국제 경제전쟁터에서 혼신을 다해 싸우는 무역 전사들이야말로 현대판 독립운동가들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등 미래 산업에서 약 2% 성장할 것으로 보이나,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자 기업과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 화합하여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어떤 위기가 닥쳐도 이겨내고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20p, 김재옥 수원상공회의소 회장의 2024년 새해 신년사 중)
책은 프롤로그를 통해 김재옥 회장의 2024년 새해 신년사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신년 인사말을 통해 ‘극복’과 ‘화합’과 ‘잠재력’과 ‘도약’을 강조했다. 이 4개의 워드는 김 회장의 70년 삶을 관통하는 말이기도 했다.
10대와 20대의 ‘극복’을 통해 30대에는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고, 40대에 이르러서는 가족과 직원, 친지 등 많은 사람들과의 ‘화합’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극복’이 없었다면 나머지는 입에 올려볼 수도 없는 물거품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이날 연설에서도 그는 ‘극복’이란 낱말을 가장 강한 톤으로 올려 이 낱말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신년 메시지의 방점이 되고자 했다.
이 4개의 키워드가 이번 책의 핵심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책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또 실의에 빠진 직장인들에게는 한 사람의 드라마 같은 인물기록집을 통해 ‘힘내시라’는 응원 목소리를 전하고 있고, 성공한 기업인들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 메시지를,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모든 국민이 민족정기를 높이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번 책의 본질이다.
김재옥 회장은 지난 3월 20일에 있었던 제51회 상공의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통해 “해외 대규모 박람회에 가보면 우리 기업들 모두가 진정한 애국자요, 독립군들”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툭 하면 기업하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몰아 우리 기업인들의 전의를 떨어뜨리는데,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 꾸짖었다.
그는 또 “우리 기업들이 참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면서 “부디 많은 국민들이 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을 응원해 주시고, 특히 해외에 계신 800만 재외동포들과 해외여행자들께서는 애국하는 마음으로 우리 기업들의 현지 홍보맨이 되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