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의 사고체계를 온전히 담는 장르 ‘명함 북’
장르 디자이너 고성범이 제시하는 새로운 글쓰기 장르
간편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명함에 착안하여 장르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명함 북’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장르를 소개하고 있다. 명함 북은 글쓴이의 4관(인생관, 가치관, 역사관, 세계관) 및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 전반을 담은 책으로 정의된다. 다시 말해서 글쓴이가 현 시점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담아낸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이력을 담고 있는 자서전과는 확실하게 구별된다.
이 책은 저자가 보여 주는 ‘저자 자신의 명함 북’이다. 이 책에서는 총 250개의 ‘삶의 보편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여, 명함 북은 저자의 주관적 사고체계를 소개하는 책이다. 즉, 객관적인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는 명함 북을 통해서 (글쓴이 X에 관해서)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첫째, X와 함께 일할 수 있는가? 둘째, X와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셋째, X와 부부가 될 수 있는가?
저자는 명함 북이 세상에 보편화될 경우 〈일테면, 대통령, 시장, 국회의원 등 소위 사회적 공인들에 대해서〉 그가 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저자는 한 인간의 내면을 파악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장르가 세상에 받아들여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소위 ‘명함 북’운동을 강력하게 제안한다(일테면, 대학 졸업 조건의 하나로 ‘명함 북 제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운동의 필연적 결과로 명함 북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될 경우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인문학적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하게 될 거라는 게 그 이유다. 이 운동은 좋은 의미로서의 ‘문화 대혁명’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의 글이 갖는 한 가지 매력은 언필칭 ‘3절의 미학(절제, 절도, 절정)’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즉, 저자의 글은 간결하고, 절도가 있으며(군 의장대를 연상시킨다), 다이아몬드처럼 핵심을 함축한다.
책의 후반에 있는 〈부록 : 몇 가지 논점들〉을 읽으면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명함 북 장르’에 대해서 보다 상세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