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달팽이처럼 스스로 굴을 만들어 숨었고 세상으로 나가는 입구를 막은 채 살았다. 너무 오래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졌을 때 세상은 너무 밝고 환하고 소란스러워 무서웠지만, 그때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인 애인들이… 이 책은 ‘나의 애인들’에게 보내는 고백이며 오늘의 한숨을 안아줄 애인이 필요한, 또 누군가의 한숨 섞인 노래를 들어줄 애인이 되어주고픈 독자에게 보내는 연애 경험담이다.
지금을 그렇게 건너기로
달팽이가 되어 스스로 굴을 만들어 숨었고, 세상으로 나가는 입구를 막았다. 자신의 눈물로 나 자신을 절이던 시간. 그 시간이 너무 오래되었던 걸까. 최희정이라는 이름으로 취업을 해서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졌지만, 세상은 너무나 환하고 시끄럽고 바쁘고 정신없는 것 같아서 두렵기만 했다. 이제는 다시 나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다시 달팽이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이처럼 마음이 작아질 때에도
그때, 붙잡아 준 사람들이 있었다. 애인처럼 같이 여행을 가자며 손을 끌어준 친구가 있었고, 애인처럼 꽃을 꺾어주던 엄마가 있었고, 애인처럼 밥을 차려주던 언니가 있었다. 만날 때마다 작은 선물로 기쁨을 주던 애인 같은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글이 있었다. 글을 쓰라고 격려해 준 사람이 있었고 글을 읽고 공감해 준 사람들도 있었다. 돌이켜 보니 그들이야말로 아이처럼 마음이 작아진 나를 안아주고 다정함을 건네준 ‘나의 애인들’이었다. 매일매일 쓴 글 또한 자신을 지킬 수 있게 해준 ‘나의 애인’이었다.
어쩌면 한 마리 날치처럼
그때 거기에서 지금 여기까지 손을 잡아주고 무사히 긴 어둠 속을 빠져나오게 해준 사람들과 나눈 사랑이, 그 사랑이 지금 이 책을 펼쳐 든 독자에게도 전해질 수 있길 바라며 작가 최희정은 말한다. “오늘 나의 애인은 내 이야기를 읽어줄 당신”이라고. 그렇게 서로의 애인이 되어 날치처럼 날아보자고 한다. 지금 우린 살아 있으니까. 살아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