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을 보면서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 삶이 타인의 삶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과 법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
저자는 검사로 일하며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온 지난 시간들이 ‘남의 일’이 ‘나의 일’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남의 일에 대해서 최대한의 공감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므로 한계는 분명히 느껴진다. 그러나 남의 일이었던 것들이, 일단 나의 일이 되면 생각의 깊이나 정도가 달라지게 되므로, 남의 일이 나의 일로 되는 과정을, 함께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최대치의 역지사지, 공감을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나의 일’을 제대로 하려면 겉으로 드러난 ‘남의 일’은 물론, 기록에 나타나지 않은 사정과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실제 생활은 그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두려워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보는지 등 이전까지 몰랐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알게 되거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 아기는 물론 살아가는 모든 단계에서 우리의 생존과 성장,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랑은 그것이 없는 곳에서 오히려 그 존재가 부각되는 특이성을 띤다.
법, 그러한 사랑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요소이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도 법이 없는 사회에서 평화롭게 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랑과 법, 우리가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 두 가지 요건의 모습이 각자 어떻게 다른지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20세기 인간의 평균수명이 40세에서 70세로 거의 두 배 늘어난 사실에 비추어 21세기에는 150세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인류의 프로젝트가 20세기에는 기아, 전염병 및 전쟁을 극복하는 것이었다면, 21세기에는 불멸, 행복과 신성(神性), 즉 신과 같은 상태에 이르는 것이라고 하였다.123 의학과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에 불멸까지는 아니더라도 ‘신과 같은’ 상태를 추구하는 인간이 범죄나 불법행위에 대한 ‘용서’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늘어난 인간의 수명에 비례하여 피해자의 고통의 기간도, 가해자가 이에 대하여 책임져야 할 기간도 늘어난다는 단순한 셈법이 호응을 얻을지도 모른다.
-205쪽, 〈사랑의 기한과 시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