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실크스크린 기법의 표본이다. 빈티지한 복고풍 색감과
모던한 이미지들은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뉴욕타임스 추천사 중 -
계절 사이 사이 무형의 형상화
블렉스볼렉스의 작품은 다채로운 색감과 자를 대고 그은 듯한 깔끔한 선 덕분에 다양한 풍경이 섞여 있어도 전혀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추상적인 단어 역시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해하기 쉬운 ‘호두’ ‘제비’ ‘딸기’ 같은 단어에서부터 ‘행복’ ‘고요’ ‘걱정’과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까지 시각적인 형태를 부여한다. 여기에 작가는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독자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대상의 이름만이 그림 앞에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대충 넘길 수 없다. “블렉스볼렉스는 왜 이 이미지에 이 단어를 놓았을까?”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찰나의 디테일에 놀라게 된다. 가만히 관찰하고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느껴 보시길!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블렉스볼렉스는 오래전 책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다.
그는 계절과 만나기 위해 두 번의 여름과 한 번의 가을, 겨울, 봄을 보냈다.
그사이 그는 몇 차례의 강렬한 폭풍과 마주했고, 따스한 햇살과 만났다.
-책 속에서
『계절』은 사계절이 두 번 반복되는 구성으로, 돌고 도는 계절의 순환을 통해 인간의 삶에는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한다고 말한다.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그림체만큼 단순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하다. 단어를 하나하나 연결해 살펴보면 재미있는 흐름이 읽히기도 하고 짧은 이야기 한 편이 완성되기도 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제비’와 ‘씨앗’과 ‘새싹’의 세 장면은 제비가 물어다 주는 씨앗처럼 좋은 소식이 올 것만 같은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블렉스볼렉스는 곳곳에 작은 이야기를 숨겨 놓고 독자가 보물찾기 하듯 이야기를 찾도록 이끈다. 앞면지와 뒷면지의 이미지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앞면지에 있는 새순과 나뭇잎, 뒷면지에 있는 낙엽과 호랑가시나무는 싹이 터 나무가 되고 다시 열매가 맺히는 자연의 생장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안에 크고 작은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음을 암시적으로 말한다. 『계절』은 시간의 흐름 속에 인생 이야기를 담은 구성의 절묘함이 드러나는 예술그림책이자 철학그림책이다. 우리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