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이야기꾼 Homo Narrance 김윤정 첫수필집
《나를 증명하는 방법》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권남희수필가 (사)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장. (사)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퇴직 증명서를 받아쥐고 교문을 나섰다. 어릴 때는 어린 대로, 세월이 흐르면서는 또 때때로 나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며 살았던 것 같았다.… 오늘처럼 외국으로 공부를 떠나는 아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나는 아직도 나를 증명하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어느덧 나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움인지 아름다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 속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나를 증명하는방법 -

김윤정 작가의 첫 작품집 제목으로 결정하게 된 글이다. 낯선 듯 현실적인 상황을 담은 글이다. 인간은 늘 자신을 증명하기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지않은가. 외국으로 공부하러 떠나는 아들이 준비해야하는 서류에 부모의 재력이나 사회경력이 필요하니 퇴직증명서도 아주 유용했던 것이다. 보통 직장에 근무할 때나 사업을 할 경우에 누군가를 위한 증명서로 활용된다. 작가는 퇴직한 것으로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고 여겼지만 재직증명서의 효력을 갖춘 인생 경력증명서의 위대함에 신기함은 물론 아들을 위해 아직도 쓰임새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어머니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김윤정은 유능한 스토리 텔러다. 이야기꾼이 갖춰야 할 조건을 다 가졌다. 말이 안 돼보이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펼치고 한번 이야기를 잡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누에고치처럼 뽑아낸다. 어렵지도 않게 풀어내고 자랑도 하지않는다. 너무 편안하여 듣는이들을 작가 앞으로 모여들게 만들고 지루할 때 쯤 슬쩍 반전으로 몰아가는 재주가 남다르다. 그동안 발표해온 수필 50여편은 소재와 주제가 다양하다. 남편을 처음 만나게 된 이야기부터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의 꽃 심부름,만나고싶은 친구, 산티아고 순례길 ,인도여행담까지 무리하지않는 단계에서 펼쳐낸다.
작가의 감수성 기원을 거슬러올라가면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꽃으로 피었다가 열매를 맺은 경우이다. 대화 속에서 지혜를 터득하고 들어주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사물이나 대상을 보는 시각이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사랑이 넘친다. 대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그에게 녹아들어 인간관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았던 것이다. 그가 대가족생활에서 터득한 기질은 어려운 일이 생겨도 통하고 버리면 더 큰 것들이 따라오는 인생을 통찰하고 있다.

-권남희 수필가( 사.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