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한 것도 없이
큰 선물 해주는 기분을 느낍니다
장난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큰 틀에서 보면 대체로 ‘장난감이 망가져 수리하려는 보호자’겠지만, 장난감마다 그 주인인 아이들의 각종 사연이 담겨 있다. “인형의 코가 떨어져 이불까지 덮어주며 재웠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는 아이부터 “걸음마 보조기가 망가져도 애착심에 버리지 못한다”는 아이, “자기가 몰던 자동차에 치여 강아지 팔이 부러졌다”는 아이 그리고 “공연장에서 신나게 응원봉을 흔들다 전선을 끊어먹었다”는 다 큰 ‘어린 이’까지. 수백 가지 장난감 속에서는 수백 가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고장났거나 주인을 잃어 홀로 남겨질 뻔한 그 이야기들은 저자들의 손을 만나 또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장난감은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갖는 자기 소유의 애착물이니 그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 그러니 장난감 수리는 아이들에게 단순 수리를 넘어 소중한 친구를 되찾는 일입니다.” - 26쪽
대체로 손재주가 좋거나 공학도였던 저자들은 장난감을 고쳐냈을 때의 성취감이 병원 일에서 얻는 부수적인 보상이리라 생각했지만, 진정한 기쁨은 따로 있음을 곧 깨달았다. “어르신들, 당 충전 하세요” 하며 보내오는 초콜릿 과자와 “감사합니다”라고 삐뚤빼뚤하게 쓰인 인사말을 마주할 때면 벅찬 감정이 찾아온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물론 모두가 선의를 선의로 돌려주지는 않는다. 종종 치료해내지 못한 장난감을 보호자에게 돌려줄 때면 “환자를 보냈더니 죽여서 보내셨네요”라는 날선 말들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좋은 일 한다’라는 생각을 넘어 ‘좋아하는 일 한다’는 마음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큰 대의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두번째 일을 찾았을 뿐이고, 그 일이 노년의 인생에 절절한 생동감을 주었기에 그들은 ‘좋아하는 좋은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는 것.
평생에 걸쳐 일하던 책상을 떠나,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또다른 책상 앞으로 가 앉은 시니어들의 이야기는 ‘진짜 멋진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하는 자세,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 일하는 성실한 열정이 고루 담긴 도서 『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는 독자들에게 장난감처럼 다채로운 감정을 선물할 것이다.
“실패를 겪고 세게 고꾸라져서 그 열패감에 일어서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자연스레 생길 겁니다. 신중한 것은 분명 좋은 자세지만 어떨 때는 그냥 닥쳐서 해보는 게 정답일 때가 있습니다. 나이라는 것이, 그 젊음이라는 것이 엄청난 자산이고 당당함 그 자체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렇게 나이 먹고 나서입니다.”- 181쪽
장 난 감 박 사 - 키니스 장난감 병원
2011년 9월에 개원한 ‘키니스 장난감 병원’. 이곳에서 10만 개 이상의 장난감을 고치며 78,000여 명의 아이들에게 살뜰히 동심을 선물해온 장난감 박사님들이 나사와 드라이버 대신 이번에는 종이와 펜을 들었습니다. 13년간 할아버지들이 만나고 흐뭇해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장난감은 계속 필요하겠지요.
장난감 없거나 모자라서 아쉬워하는 아이가 없도록,
계속해서 장난감을 고쳐 선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