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어떤 색깔의 물도 들일 수 있고 어느 색도 지울 수 있는 무색의 매개 염색체이다. 아름다운 한 줄의 글을 통하여 무엇이든 녹이지 못할 것이 없으며 어떤 분노와 원한도 용액처럼 녹인다. 우리는 작품 세계에서 적빈赤貧을 탈출하기 위한 문학적 길을 갔던, 또 가려고 하는 행로가 옳고 그름을 웅변해야 할 숭고한 의무를 지닌다. 책임윤리에 충실한 결의의 표현으로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시각에서 작가들은 구절 하나에 고뇌하고 치열하게 사유와 투쟁의 예각을 세워 결해야 한다. 심오한 생의 심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왔어도 정서적 넓이와, 깊이와 높이는 무한의 존재인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언저리를 비켜서서 작품 세계를 향한 공감과 도취의 그 순간만은 반대 의견이 대두가 되어도 처신에 대한 비판의 날은 순수한 문학적 무게의 중심을 적중시키지는 못한다.
〈유송 이태희 제7 수필집 「감사의 세월」 출간을 축하하며〉 중에서
-澐海 송귀영(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