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두밀애-조와 울의 가만한 기록〉은 조용한 일상에 갑자기 들이닥친 조울증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불가항력으로 온전히 겪어내야 했던 조울증과 난독증을 계기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유년 시절부터 현시점까지의 사건들을 추적한다. 자신에게 ‘두밀애’라는 낯선 이름을 붙여 어린 시절로 떠났다가 현 시점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작고 어린, 엄마를 좋아하는,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예민하고 솔직한, 수줍고 말수 적은, 잠을 못 자고 많이 우는…’ 과거의 나를 소환한다. 이러한 글쓰기는 고통이 어떤 식으로 스며들어 일상을 부수는지 침착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성장기이자 투병기라 할 수 있는 이 글이 소설처럼 느껴지는 이유이자, 글쓰기가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