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넘쳐 나는 시대, 우리 이야기의 원형 ‘설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
지금은 ‘이야기의 시대’다.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의 마케팅에도 이야기성(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도 이야기성은 큰 무기로 작용한다.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와 여러 콘텐츠들도 이야기의 힘이 약하면 큰 인기를 얻기 힘들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여러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공감하는 이야기들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닮아 있고 한 뿌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이야기의 뿌리는 어떤 것일까? 우리 이야기의 시작, 첫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우리 이야기의 원형은 바로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설화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원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기나긴 세월 동안 만들어지고 덧붙여지기도 하며 발전하고 풍부해졌다. 현실세계와 환상세계,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아우르는 설화는 그 설화가 만들어진 시대의 모습과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 상상력을 오롯이 담고 있다. 그 뒤 패설, 야담, 소설, 민담 들로 발전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들이 읽기 쉬운 우리 고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보리 청소년 고전 ‘만남’ 시리즈 세 번째로 선보이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청소년들아, 설화를 만나자》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오산설림》《동국여지승람》과 같은 민족 고전에서 설화와 전기 작품을 골라 실었다.
우리 겨레의 오래된 역사책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고조선과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가야의 건국신화와 전설, 민담 들이 실려 있다. 이 이야기들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쓰이기 훨씬 오래전에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책에 실리게 되었을 것이다. 옛사람들이 만들고 전하면서 덧붙이거나 빼고 발전시켜 온, 함께 만든 이야기들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청소년들아, 설화를 만나자》에는 단군 시대부터 고려 때까지 신비로운 신화와 전설, 그 시대 활약했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자로 쓰인 원전을 우리말로 옮긴 리상호는 쉬운 말과 운율감 있는 문장으로 읽기 쉬운 번역본을 완성했다. 이 번역본을 바탕으로 현직 국어교사인 정지영 작가가 문장을 더욱 쉽게 다듬고 설명을 달아 청소년들이 읽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 각 편 끝에 시대 배경과 상세한 설명을 더한 해설을 달아 이해를 돕는다. 또 박건웅 작가의 세련되고 경쾌한 그림이 흥미를 더한다.
옛사람과 만나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더 깊이 배우는 시간
《삼국사기》가 쓰인 12세기 고려는 안으로는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였고, 밖으로는 금나라가 북송을 멸망시키는 격동의 시대였다. 《삼국유사》는 몽골과의 전쟁으로 나라 곳곳이 잿더미가 되었던 시기에 쓰였다. 이 책의 편찬자인 김부식과 일연은 백성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엮었다.
고조선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신비로운 건국 신화(‘고조선 단군’, ‘해모수와 유화’, ‘탐라군 전설’ 등), 그리고 왕들에 관한 이야기(‘어리석은 개로왕’, ‘원성대왕’, ‘선덕여왕이 알아맞힌 세 가지’ 등), 용감한 장군과 충직한 신하들의 이야기(‘포악한 왕을 몰아낸 창조리’,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백제 마지막 장군 계백’ 등), 뛰어난 예술가들의 이야기(‘까마귀도 속인 화가 솔거’, ‘가난한 음악가 백결 선생’, ‘뛰어난 음악가 최치원‘ 등) 향가와 가요 같은 옛 노래들에 관한 이야기(‘여옥과 공후인’, ‘유리왕의 황조가’, ‘망부석과 정읍사’, ‘제망매가와 월명리의 전설’ 등), 현명하고 꿋꿋한 백성들의 이야기(‘신의를 지킨 도미 부부’, ‘효녀 지은’ 등) 들에서 우리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옛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옛사람들의 삶과 생각들을 읽으며, 우리 땅,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