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었어?”
장 뤼크 고다르에서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영화광에 의한, 영화광을 위한 영화 이야기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었어?’ 시인 강정이 이 책에 담은 30편의 영화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시인이자 뮤지션, 연극 무대까지 진출한 ‘캐릭터’ 강정이 꼽은 영화답다.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여행자〉로 시작해, 명배우 알 파치노가 이제 막 “알(?)에서 깬 직후” 촬영한 〈광란자〉에 이어, 장 뤼크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 등을 거쳐, 카를 드레이어의 〈오데트〉로 끝을 맺는다. ‘영화란 무엇인가’란 주제에 한 장을 할애할 만큼 영화에 대해 다각도로 사색해온 시인은 영화를 일상의 오락거리로 받아들이는 관점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라는 매체를 의심하고 낯설게 보게 하는 작가주의 영화까지 두루 섭렵한다. 영화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선뜻 즐겁게(?) 감상하기는 힘든 장 뤼크 고다르나 로베르 브레송, 베르너 헤어초크의 영화들이 영화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며 영화의 세계로 한 단계 깊숙이 빠져들게 한다. 그럴 때 영화는 오락이자 예술이 되며, 삶의 위안인 동시에 각성의 통로가 된다.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영화광들에게 이 책은 희소식이다.
“영화를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시와 소설, 음악과 미술, 철학과 역사…
한 편의 영화에서 발굴해낸 다채로운 코드와 메시지
시인이 쓰고 그린 영화들을 보면서 두 번째로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영화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세상의 모든 예술문화를 섭렵한 듯한 시인의 폭넓은 스펙트럼은 한 편의 영화에서도 다채로운 코드와 메시지를 발굴해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 〈오펜하이머〉에서는 불교의 교리와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를 인용하며 영화가 우주 발생의 원리를 한 인간의 영고성쇠를 통해 반추함을 짚어낸다. 글램록을 소재로 한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이야기할 때는 문학계의 ‘록스타’ 오스카 와일드와 전천후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의 삶을 교차하며 음악 영화가 가진 함의를 풍부하게 펼쳐낸다. 시인을 다룬 영화 〈실비아〉(실비아 플라스)와 〈토탈 이클립스〉(랭보와 베를렌)를 다룰 때, 시인의 기준은 더욱 첨예해진다. 〈실비아〉를 “적어도 이 영화는 시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높이 사는 반면, 〈토탈 이클립스〉에 대해서는 “시인의 삶을 다룬 영화에 시의 정수가 안 느껴진다”고 날카롭게 평가한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시와 소설, 음악과 미술, 철학과 역사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이 책은 영화 자체의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영화 너머의 세계로까지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한 권의 풍요로운 교양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