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점을 응시하며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예술로 삶의 의미를 찾고 내면을 치유한다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다. 도전, 상실, 사랑, 시련…. 어떤 일은 소중해서, 어떤 일은 충격적이어서, 어떤 일은 아파서, 어떤 일은 아름다워서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못한 채 마음속에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마음속에서 꺼내 세상에 내어놓아야만 별 탈 없이 정리되기도 한다. 우연히 마주한 그림 앞에서 그 일이, 그때의 감정이, 그 사람이 되살아나 발길이 머물게 되는 건 그 때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발길이 머문 끝에는 비로소 내 마음을 세상에 꺼내놓을 결심이 생겨나며, 그렇게 그것들을 보내주게 된다.
예술은 향유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술 교육은 배우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는 과정이다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었던, 혹은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세상에 내어놓아야겠다고 결심한 이들의 마음을 72편의 글로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마음을 그림 앞에서 펼쳐내며 저자들은 나를, 우리를 이해하게 되었고, 치유하게 되었다. 그림은 그렇게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도구가 되었다.
_ 그림 한 점이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숨어 있던 감성 세포를 흔들어 깨운다. 언제나 그 속에는 사람이 있다. 잊고 살았던 기억을 빠르게 소환한다. 그림을 보면서 내 모습도 보게 된다. 잊혀진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고 싶어 했는지, 꿈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한다.(232쪽)
프롤로그와 각 부의 인트로 글을 적어 책의 이러한 취지를 설명한 임지영 저자는 다른 열다섯 저자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림을 보고 글을 써오며 혼자만의 힘든 시간을 보내오던 임지영 저자는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을 통해 여러 사람과 함께 그림을 보고, 글을 쓰고, 마음을 나누면서,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_ “그림으로 어떻게 글을 써요?” “예술은 너무 어렵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었다. (…)
그래서 생각했다. ‘그림으로 노는 법을 알려야겠다!’ ‘내가 즐기는 이 방식을 교육 콘텐츠로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해서 3분 응시, 15분 기록의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이 탄생했다.(6쪽)
그림 한 점이 삶과 만났을 때, 예술이 나와 만났을 때
무엇이 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글을 통해 그림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별다른 지식도, 복잡한 감상도, 구구절절한 설명도 필요 없다. 3분 동안 그림을 응시하며 나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이 난 그것을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
_ 「BLUE LIFE no.3」 앞에 멈춰 섰다. 거친 터치의 파란색 그림 한가운데 우연히 떨어진 조그만 물감 방울이 눈에 띄었다. (…) 앞만 보고 달려온 내게 이 작은 자국이 묻는다. 삶에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무심코 지나간 것은 아닌지, 작은 점이 알고 보니 큰일인 적은 없는지….(259쪽)
“쉽고 재미있는 예술 향유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는 저자들의 소중한 추억과 사람이 담긴 생의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1부 나를 치유하는 그림 글쓰기에서는 성찰, 열정, 여유, 희망 등의 키워드를 통해, 그림을 보며 잊었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2부 우리를 치유하는 그림 글쓰기에서는 가족, 관계, 상실 등의 키워드를 통해, 그림을 보며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게 된 과정을 그린다. 저자들은 그림을 만나며 나와 우리의 내면에 있던 추억과 상처를 보듬었다. 이렇게 만난 그림은 추억이 되었고, 상처받은 내면의 치유제가 되었다.
_ 얼마 전 보게 된 조병국의 「자작나무 숲 2114」는 오빠를 잃었던 슬픔을 꺼내 보게 했다. 너무 커서 누구도 꺼내고 싶어 하지 않던 우리 가족의 아픔과 직면하게 되었다. 당혹스러웠다. 20년도 더 지났으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아팠다. 그런데 돌아설 수 없었다. 그림 앞에 선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갔다.(319쪽)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떤 그림 한 점에 눈길이 머물 것이다. 그 그림을 앞에 두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소중해서, 충격적이어서, 아파서, 아름다워서 묻어두었던 그 마음을 이제는 세상에 꺼내놓고 싶게 될지도 모른다. 그 마음이 간절하다면 그것들을 짧은 글로 풀어내도 좋겠다. 그렇게 나의 마음을, 우리의 마음을 보듬으며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 이 책의 역할은 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