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길을 잃은 서른 살
이따금 죽고 싶지만,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아
서른 살은 어쩌면 가장 길을 잃기 쉬운 나이가 아닐까요? 인생을 조금은 알 것도 같은 나이, 하지만 모든 것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나이, 서른 살.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지독하게 방황하게 되고, 누구나 한 번쯤 깊이 절망하게 되죠.
우울의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도 삼십 대에 겪는 일입니다.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서른 살이죠. 이 책은 유튜버이자 작가인 ‘여행자메이’가 완벽하게 길을 잃었던 어느 서른 살의 방황과 우울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결국 이겨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여행자메이가 건네는 따뜻한 조언과 힘찬 응원입니다.
어느 날 찾아온 우울이라는 그림자
나를 향한 여행의 시작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의 저자 ‘여행자메이’는 인기 유튜버이자 작가입니다. 그는 세계일주 영상과 두 권의 여행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인도와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그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든 영상에는 그가 만났던 수많은 여행의 풍경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자메이는 그만의 감각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내러티브로 많은 구독자를 불러 모았고, 영상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책으로 엮어져 독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인기 유튜버이자 작가로 반짝이던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우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해일처럼 다가왔습니다. 서른 무렵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서른의 문턱에서 완벽하게 길을 잃었다. 목적을 잃은 상실감, 대상이 불분명한 환멸감, 후회 섞인 자괴감……. 순서조차 알 수 없이 일순간 불어난 눈덩이는 채 대비할 새도 없이 나를 깔아뭉갰다.”
그가 우울에 빠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의 일에 대한 절망, 어디서 비롯됐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생에 대한 환멸, 만사가 귀찮아지는 지독한 무기력 등. 그는 늪에 빠진 듯, 깊은 바닷속에 내려앉은 듯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렇게 아득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 여행은 바깥세상으로의 여행이 아닌 자기 내면을 향한 여행이었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나가 아닌 지금을 나를 위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삶의 기술
명상을 공부하며, 전국의 명상원과 인도의 명상원까지 두루 섭렵하며, 그는 자신이 불행한 이유가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불행한 이유가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며 “행복한 지난 순간들을 완전히 놓아”주어야 “내게 찾아오는 모든 오늘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우연히 접한 클라이밍의 세계는 그에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강인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묵묵히 암벽을 오르며 자신을 짓누르던 사사로운 고민에서 벗어나고, 자기 연민에서 탈출하며, 자신을 잠식하던 우울을 이겨냅니다. 그는 산을 오르는 것과 삶을 오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추락을 해서 피 좀 보더라도 균형만 잘 잡으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신이 겪은 우울과 실패,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진솔하고 용기 있게 보여주는 작가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이 책은 서른 살이라는 아득하면서도 정체 모를 절망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