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찾아 이 세상을 헤매고 다녔던가?
무엇을 위해 이 나이가 되도록 뛰었던가?
“때로는 때려주고 싶게 미운 내 조국이여,
그래도 내 가슴속 깊게 핀 무궁화꽃일진대
만방에 찬란하여라 영원히!”
어린 나이에 북학에서 서울로 내려와 소위 ‘잘 나가던’ 저자는 어떤 계기로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삼대양을 두 달간 항해한 끝에 브라질에 도착했다. 그러나 당시 저자와, 저자와 함께 브라질에 발을 디딘 이들에게 그 땅은 ‘꿈의 땅’이 아닌 ‘사기극의 땅’이었다. 농업 이민의 조건으로 구입했던 농지는 국제사기꾼들의 농간에 놀아난 ‘없는 농지’였다. 저자는 이국만리에서 국제 고아가 되었고, 마구간을 첫 거처로 타국 인생의 고행 역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가만히 앉아 기적을 기다리지 않았다. 브라질 한인회장을 역임했고, 장창국 브라질 대사와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공작에 걸려 그 악명 높았던 5국 남산 지하 벙커 신세를 지는 2개월 동안 죽음의 덫에서 살아 나오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 수하들의 모함에 빨갱이로 몰려 브라질 정치범이 되어 세 번의 수감생활을 했으며, 브라질 군정(軍政) 혁검(革檢)에 걸려 브라질 정치범으로 참소를 당하기도 했다. 연방 재판과 군사 재판에서 두 번의 최고 형사재판을 거치며 사형 선고 직전까지 갔으며 아마존의 악어 밥이 될 뻔하기도 했다. 3년의 고행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천운(天運)이었다.
그 후 변호사 개업도 했고, 정치도 해봤고, 법대 교수를 거쳐 브라질 국회의원 자격으로 북한에서 열린 IPU(국제의원연맹) 총회 때 평양에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북한과 브라질 국교 정상화에 초석을 깔아주기도 했고 또 유엔을 무대로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도 해봤다. 2017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반기문 후보를 도와서 개혁 민주정치와 경제민주화를 위해 나름대로의 일조(一助)를 하는 등 한마디로 참으로 곡절 많은 인생을 살았다.
이 책은 저자의 그런 인생이 조밀하게 담겨 있다. 저자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넘어 한민족 디아스포라 현대사에 의미가 있는 사건들도 담겨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재미와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대사의 초입, 당시 대한민국과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생존을 위해 어떤 역정을 건너왔는지를 어떤 매체보다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