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과학적 합리성의 개념과 의미를 소개하고, 토머스 쿤의 과학관이 전통적 모델을 지적하고 부정함으로써 패러다임 전환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고취한다는 것을 보인다. 즉 쿤의 주장이 과학적 합리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과학적 합리성에 대한 특정한 이해(전통 철학자들의 방식)에 반항하며, 오히려 과학적 합리성을 수정ㆍ재건하려는 지향점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전통적 인식론에 기반을 둔 주류 과학철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성 개념을 대체할 대안적 합리성 개념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2장과 3장에서는 쿤의 과학관과 양립가능한 새로운 과학적 합리성 개념을 ‘쿤의 과제’로 보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과학혁명의 구조』를 통해 쿤 자신이 새로운 과학적 합리성의 윤곽에 대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고, 그것을 발전시키려는 후속 논의가 과학철학에서도 진행되어왔음을 인지하며, 쿤 자신의 답변과 그의 영향을 받은 과학철학자들의 논의를 소개한다. 특히 2장에서는 라우든의 ‘그물망형 정당화 모델’을 중심으로, 3장에서는 조인래의 해결책을 중심으로 각각의 논의를 검토한 후 문제점을 살펴본다.
4장과 5장에서는 이론-관찰 간 상호의존성에 기반을 둔 경험의 인식적 역할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패러다임 전환(과학혁명)의 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며, 정상과학이 과학혁명보다 근본적임을 짚는다. 4장에서는 관찰의 이론적재성이 경험의 인식적 역할과 인식적 합리성의 보존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맥락상대적 토대론이나 비순수정합론을 비판하고, 오히려 그것이 경험적 합리성을 가능케 하는 요인임을 주장하며, 이와 같은 태도 변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나아가 5장에서는 인식적 선언주의, 독단론, 직접적 실재론 등 경험의 인식론적 역할을 복구하려는 철학적 논의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6장과 7장에서는 경험의 정당화가 세계관에서 지각 믿음으로의 전이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가정적 소여 개념을 소개한다. 가정적 소여에 기반을 둔 경험적 합리성 개념이 패러다임 전환의 합리성과 관련하여 전통적 인식론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제공함을 짚는다. 저자는 이것이 쿤의 과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해결책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핀다. 즉 ‘가정적 소여에 기반을 둔 새로운 경험론’이 쿤의 과제에 대한 가장 만족스러운 해결책임을, 또한 역으로 쿤의 과학관은 이러한 가정적 소여를 뒷받침하는 추가적 근거가 될 수 있음을 관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