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마음을 개관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출현하면서 생각이란 무엇이며,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인간의 집중력과 정신 건강에 관한 관심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왜 어린 시절의 기억은 다른 기억보다 오래갈까? 한국어 사용자와 영어 사용자는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할까? 우리는 어째서 때때로 가당찮은 사실을 타당하다고 판단할까? 기계와 인간의 정보 처리 방식은 같을까?
오래전부터 많은 학자가 기억, 언어, 추리 등 인간의 사고 활동을 탐구했지만, 인지를 과학의 영역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인지심리학은 마음에 대한 과학적 연구로, 인간의 사고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탐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200개 이상의 풍부한 시각 자료 활용
국내 상황에 맞는 사례와 예문 소개
인지에 대한 지식은 컴퓨터과학, 행동경제학, 언어학, 인류학, 교육학, 철학, 광고, 디자인 등 인간을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고려하여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인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인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여러 인지심리학 입문서가 출간되었지만 대부분 번역서로, 책에 소개된 연구와 사례가 우리나라의 맥락과는 다소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고, 학생들이 이해하기엔 지나치게 어려웠다.
『인지심리학 입문 ─ 마음과 생각의 과학』은 인지를 제대로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인지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지각 과정 묘사, 실험 자극 및 연구 결과 그래프를 포함한 200여 개의 시각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실험 과제와 결과를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하였으며, 너무 전문적이거나 복잡한 연구보다는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연구를 중심으로 인지심리학을 소개하였다. 이에 더해 중요한 용어의 경우 책의 여백에 용어 설명을 달아 두었다. 또한 한국의 맥락에 적절한 사례와 예문을 소개하는 한편, 국내에서 출간된 연구를 다수 인용하였다.
지각에서 추리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한 정보 처리 과정
이 책은 인간이 환경과 효과적으로 상호 작용하기 위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또한 인간의 정보 처리가 지각, 주의, 기억, 지식, 언어 이해, 문제 해결, 판단과 추리 등 여러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기초부터 자세히 살펴본다. 이를 위해 인지심리학 분야의 핵심 연구와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총론에 해당하는 1장에서는 인지의 정의와 인지 연구의 배경, 인지 연구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다룬다. 인간의 마음은 정보 처리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인지란 지각, 기억, 언어 이해, 추리 등 광범위한 정신 활동, 즉 정보 처리 과정과 그 결과물을 지칭한다. 2장과 3장에서는 지각과 주의에 대해 알아본다. 지각은 환경의 자극을 인지하는 과정으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 처리가 일어난다. 주의는 정보 처리에 필요한 자원으로, 지각은 물론,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2장과 3장에서는 시각을 중심으로 지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학습한 뒤, 다양한 이론과 실험 사례를 중심으로 정보 처리에서 주의의 역할을 살펴본다.
4장부터 9장까지는 기억을 다룬다. 기억은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영역이다. 이 책에서는 기억 구조(저장소)와 기억 과정으로 구분하여 기억을 살펴본다. 감각 기관을 통해 입력된 정보는 감각 기억과 작업 기억을 거쳐 장기 기억에 저장된다. 4장과 5장에서는 감각 기억, 작업 기억, 장기 기억의 지속 시간과 저장 용량, 저장되는 정보의 유형과 형태를 살펴본다. 6장부터 8장까지는 기억 과정을 학습한다. 정보를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입력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한 다음(부호화), 이를 잘 보관했다가(파지) 필요할 때 꺼낼 수 있어야 한다(인출). 6장에서는 부호화, 7장에서는 파지, 8장에서는 인출 과정으로 나누어, 각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떠한 요인들이 관여하는지 확인한다.
9장에서는 메타 기억과 오기억 및 기억과 정서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메타 인지란 인지에 대한 인지, 즉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 인지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메타 인지의 하위 개념인 메타 기억은 기억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한다.
10장에서는 지식에 대해 공부한다.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들로, 경험에 대한 조직화와 추상화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이 책에서는 지식이 정보 처리에서 하는 역할, 표상 및 조직화를 살펴본다.
11장에서는 감각 기관을 통해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표상을 살펴본다. 정보는 감각 입력의 형태를 반영한 모습으로 저장되는가? 아니면 보다 추상적인 명제 형태로 저장되는가? 이 책에서는 심상과 명제를 중심으로 각 표상의 특징과 이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확인한다.
12장과 13장에서는 언어 처리를 다룬다. 언어는 개인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사고 활동을 매개하는 도구다. 언어를 이해하고 산출한다는 것은 감각 입력뿐 아니라 통사 및 의미 수준에서 복잡한 처리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어휘와 문장까지의 처리는 12장에서, 문장이 모인 덩이글의 처리는 13장에서 살펴본다.
마음은 주어진 자극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 이상의 활동을 수행한다. 14장과 15장에서는 이와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 14장에서는 문제 해결에 대해 알아본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다. 이때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판단과 의사 결정, 추리 과정을 다루는 15장에서는 주어진 정보에서 주어지지 않은 정보를 추론하거나,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거나,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아본다.
인지에 관한 연구는 방대하므로, 이 책만으로 인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이 인지에 관한 관심을 촉발하여 독자를 더 깊이 있는 지식으로 안내할 것이다. 저자인 정혜선 교수는 “지식이란 책에 담긴 채로만 존재할 때가 아니라, 이해되고 활용될 때 생명을 갖는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인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지에 관한 공부가 지속됨으로써, 진전된 이론과 개념이 제안되고, 새로운 통찰을 주는 연구와 개발이 시도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