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적지 않은 한국인이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혹시 우리에게 사회적인 연결이 부재해서는 아닐까요? 우울한 사람에게도, 불안한 사람에게도, 두려움에 떠는 사람에게도, 만일 든든한 사회적인 연결이 있다면, 그래서 서로 지지해주고 어려움을 나눌 수 있다면,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조금은 해방되지 않을까요? 2023년, 각종 SNS와 온라인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다른 이와 연결되지 못하고 홀로 있는 상태, 이제는 그 문제를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2018년 영국에서는 ‘외로움 장관’이 임명되었다고 합니다. 외로움은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인 고통이자, 우리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지요. ≪외로움의 모양≫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외로움의 모습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지만, 외로움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외로움의 모양, 총 12가지의 외로움의 모양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볼까요? 먼저, 가족의 문제가 있지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이들이며, 무엇보다 사랑으로 뭉쳐있다고 여겨지는 가족. 그러나 과연 가족이 외로움을 가져다주는 근원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으신가요?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 때문에, 혹은 매일같이 마주치는 엄마로 인해 외로운 적은 없나요?
또, 사회적 기준이 부여하는 무게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세상에서는 이 정도 공부는 해야지, 이 정도는 돈을 벌어야지, 이 정도는 집을 가져야지 하는 기준들을 우리에게 들이밀고 있지요. 한국 사회만큼 그 기준이 강력한 곳도 드물 겁니다. 그래서 그 기준 범위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어딘가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외톨이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 남자는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자랐습니다. 원하는 대학에도 들어갔고, 졸업한 뒤에도 겉으로 보면 잘살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인간관계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가식적이라고 말합니다. 주변 관계를 무던하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실제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남들에게 맞추는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강하게 구축된 페르소나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과 남편을 가지고, 아이 둘을 낳아 대도시에서 잘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과 가족의 요구 속에서, 그는 새벽부터 밤까지 숨 쉴 틈이 없습니다. 부모는 예전 세대에 비한다면 지금은 편하다며 당연히 견뎌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딘가 삶에서 나 자신이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주변 인간들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바쁜 삶 속에서, 홀로 외로움을 감내하는 경우지요.
이 외에도, 사회적인 소수자로 살아가기에, 남들과 다른 생활조건에 처해 있기에,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서 우리는 외롭습니다. ≪외로움의 모양≫, 이 책은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외로움의 조각들, 그 다채로운 모양들에 대해서 이제 툭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으면서 말이죠. 그리고 조심스레 사회적인 연결의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던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그 사회성을 우리가 이제는 회복해야 한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