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들은 디지털인문학을 한마디로 ‘삶’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디지털인문학은 인문학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수단을 활용하는 것을 디지털인문학으로 보는 기존의 시각을 전면으로 부정한다. 인문학에 디지털이 내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세상 그 자체를 종교, 철학, 언어 등과 같이 하나의 인문학 분야로 삼아야 한다고 내세운다. 디지털을 통한 인문학의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디지털을 붙인 이유는 인문학이 디지털에 의해 크게 변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의 디지털 세상은 우리 인류의 모든 삶이 유래가 없을 정도로 그대로 드러나는 현장이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이 내재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인문학이 이러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 주장의 핵심이다. 저자는 현재 인문학이 지금의 현실과 너무 떨어져 있다는 인식도 갖고 있다. 우리 삶과 떨어져 있는 인문학은 자연스럽게 인문학의 위기라는 시각에 맞물린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은 저자들이 1년 6개월간 진행했던 디지털인문학 토론식 강의에 바탕을 두고 쓴 내용을 담았다. 책은 제1부 담론과 제2부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담론은 디지털인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시각에서부터 디지털인문학이 지향해야하는 부분까지 폭 넓게 다룬다. 담론이라는 제목에서처럼 이야기 형식의 글이 주를 이룬다. 이 중에서 특히 디지털 역설부분은 다양한 시각을 통해 현재 디지털인문학이 처한 현실을 잘 조망해 주고 있다. 디지털 사유의 틀, 디지털 지식 친구, 사유의 분신 등과 같은 새로운 개념도 쉽고 자세하게 풀어주고 있다. 제2부 강의는 담론에서 나온 이야기를 구현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논어≫라는 고전과 한자를 이용하고 있지만 독자들은 한자에 대해 모르더라도 책을 읽어 가는 데 지장이 전혀 없다. 한자를 하나의 기호를 보고 강의를 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지털인문학 코딩에 대한 기초 개념이 제공된다.
디지털인문학은 “우리 삶의 흔적 위에서 분리된 사유(思惟)와 객관(客觀)을 하나로 하여 현실에서 멀어진 인문학의 새로운 길을 내어줄 것이다.”라는 서문이 눈길을 끈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이 한번쯤은 깊게 살펴보아야 할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