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20년 차 네임드 개발자, USC 10년 차 교수
리차드 르마샹이 알려 주는 《재미있는 게임 제작 프로세스》
플스 대표작 〈언차티드〉 시리즈 개발을 이끈 저자가 너티독을 비롯한 AAA급 스튜디오에서 20여 년간 쌓아 온 개발 경험, 비디오 게임의 명문 USC IMGD에서 10년간 가르쳐 온 교육의 정수를 담아 낸 책이다. 르마샹은 이 책에서 너티독, 인솜니악 등 실제 스튜디오 사례를 예시로 들며 스튜디오 친화적인 게임 디자인·제작 방법론을 전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게임 디자인이란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뒤 게임 플레이에서 이 아이디어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며, 게임 제작이란 게임이 개발되면서 모든 것이 원활하게 실행되도록 하는 프로젝트 관리이다. 게임 디자인과 제작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모습을 띠고 있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그것은 바로 ‘훌륭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과로를 방지하는 4단계 프로세스”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적용한 개발 방법론을 살펴본다!
창작자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부터 종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자연스레 깨우치지만 ‘시간을 관리하고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방법’ 같은 체계적인 메타 구조까지 배우지는 못한다. 이것이 많은 창작자가 “크런치”라는 잘못된 습관을 들이게 된 원인이며, 통제할 수 없는 과로가 게임 개발의 관행으로 여겨지게 된 이유이다. 저자는 이 점을 지적하며 게임 개발자들이 이 뿌리박힌 습관에서 벗어나 더욱 효과적인 프로젝트 관리 기술을 통해 더 행복하고 건강한 게임 디자인 프로세스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게임 제작 프로세스》는 아이데이션, 프리 프로덕션, 풀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이라는 네 단계를 통해 아이디어가 완성된 게임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각 단계별 마일스톤과 결과물을 따라가다 보면 게임 개발의 전 과정을 살펴보는 동시에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과 전문가의 사려 깊은 조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번다운 차트, 플레이 테스트, 마일스톤 리뷰 등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법, 즉 애자일 관점에서 프로젝트 개선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게임 디자인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하는 이러한 프로세스는 궁극적으로 개발자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똑똑하게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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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훌륭한 게임에는 ‘밤샘과 커피’가 필요하며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일을 제외한 삶의 모든 것을 보류하는 ‘크런치’를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은 그러한 창작자들을 향한 저자의 헌사이자 게임 디자인 철학의 기록이다. 게임 업계에서의 성공에 이어 학계에 몸 담으며 비디오 게임과 생을 함께해 온 저자는 게임 디자인 및 제작에 관한 갖가지 실무 노하우를 전하면서 그의 커리어 전반에 걸쳐 끝내 발견한 프로세스, 즉 게임 개발자들이 크런치를 피할 수 있는 지름길을 보여 준다.
게임 업계와 학계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저자의 개발 및 교육의 정수가 담긴 《재미있는 게임 제작 프로세스》를 통해 독자들이 통제되지 않은 과도한 업무량을 최소화하고 스트레스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최고의 결과물을 이끌어 낼 수 있길 바란다.
■ 역자의 말
이정엽(순천향대학교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00년대 후반 이후로 인디 게임들이 자본의 수혜를 입으면서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게임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해지면서 인디 게임 스튜디오도 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스튜디오를 꾸리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만난 르마샹의 책은 게임 디자인과 개발에 있어서 좀 더 스튜디오 친화적인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게임 개발의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과정까지만으로 한정한다면 이 책은 트레이시 풀러턴의 방법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게임을 개발해 나가는 프리 프로덕션과 프로덕션 방법론에서 버티컬 슬라이스 제작, 디자인 매크로 차트 작성, 마일스톤 관리 방법 등은 풀러턴의 책에서 잘 소개되지 않거나 간략하게 소개되고 말았던 부분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르마샹 자신이 너티독을 비롯한 AAA급 스튜디오에서 디렉터로 오랜 기간 쌓았던 게임 개발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이제는 ‘인디’라는 레테르를 넘어 그 다음의 무언가를 모색해야 될 지점이다. 그것은 인디 게임 스튜디오 구조론일 수도 있고, 새로운 형태의 인디 운동일 수도 있다. 그 모자란 부분을 이 책이 일정 부분 채워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튜디오 구축에 관한 한 이 책은 미국 게임 디자인 업계의 가장 선두에 있었던 디렉터가 ‘가장 인디스러운 교수의 창의적인 생각이 결합된’ 방법론을 농축한 책이기 때문이다.
김종화(핸드메이드 게임 대표)
리차드 르마샹 교수님을 처음 만난 것은 USC 유학 시절 한 수업에서였습니다. 강의에서 그는 영화에 감독이 있듯이 게임에도 감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한 게임 디렉터의 역할에 대해 〈언차티드〉 시리즈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아는 사람만 아는 난해한 예술 게임들이 〈언차티드〉 시리즈의 특정 시퀀스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그 당시 예술 게임과 상업 게임을 분리해서 생각하던 저에게 깊은 인상을 줬습니다. 강의가 끝나고도 마치 종교적인 구루처럼 그를 따라가는 학생들 중 하나로 근처의 멕시칸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업계의 20년 차 네임드 디렉터이자 USC 10년 차 교수인 그의 경험의 정수가 담긴 이 책을 번역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자, 큰 배움의 기회였습니다. 번역을 하며 원문의 의미를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을수록 평소 게임을 만들며 들었던 의문점들, 막연하게 적용했던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고, 안타깝게도 대중에게 극찬을 받는 게임들의 실제 개발 과정이 그다지 이상적이지 않은 경우도 종종 봅니다. 하지만 이상주의와 경험이 만나는 곳에서 지혜가 탄생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더욱 나은 프로세스를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책이 조금 더 효율적이고 건강한 게임 개발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