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컬렉션, 누가 어디서 어떻게?
세계적인 부부 컬렉터들이 공개하는 작품 수집 이야기
최근 한국 미술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대중화로 인해, 현대미술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 층이 넓고 깊게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어느 작가의 어떤 작품을 사야 할까? 이 책은 궁금하지만 이제껏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유명 컬렉터들의 은밀한 속사정을 진솔하게 공개하고, 아트 컬렉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작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컬렉팅 듀오>는 세계적으로 가장 활동적이고 영향력 있는 부부 컬렉터의 현대미술품 수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트 어드바이저인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며 만났던 혹은 인상깊게 지켜보았던 컬렉터에 대한 글을 [더네이버]에 연재했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히 부부가 함께 협업하여 이뤄낸 미국과 유럽의 컬렉션 11개를 선정하여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부부 컬렉션은 무엇이 다를까?
1장에서는 평범한 우체국 직원과 사서 부부에 의해 소박하게 출발해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컬렉션으로 성장한 보겔 컬렉션, 두 사람으로 시작해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로 발전한 루벨 부부의 컬렉션이 소개된다.
2장에서는 남다른 안목과 신념으로 완성된 개성 넘치는 부부 컬렉션들이 등장한다.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에 집중하는 빌라랑 부부, 드넓은 자연 속에 조각공원을 지은 멀린 부부, 그 해에 제작된 최신 작품만 수집하는 보로스 부부, 미니멀리즘을 중심으로 이탈리아와 일본 작품을 연결하는 라초프스키 부부 등이 그들이다.
3장에서는 마이애미와 엘에이 등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를 변화시킨 드 라 크루즈 부부와 브로드 부부를 통해 대중과 공유하는 컬렉션의 사회적 가치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취미인 미술품 수집이 일과 결합되어 상호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아트 어드바이저인 웨그너 부부, 프랑스의 유명 인터넷 쇼핑몰을 창립한 로젠블럼 부부가 여기에 속한다. 패션업체를 경영했던 호프만 부부는 패션쇼에 앤디 워홀을 모델로 세우기도 했다.
미술품 수집은 투자가 아닌, 열정적인 예술 후원
개인 수장고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11 커플의 부부 컬렉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소장품의 성격과 철학 등은 각기 다르다. 어떤 부부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품을 사라고 한다. 누구는 첫인상에 속지 말고, 많이 보고 많이 공부한 후에 신중히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마음에 든다면 가격은 얼마라도 상관없다는 통 큰 컬렉터도 있고, 다달이 월급의 일정액을 모아 작품을 구매하는 계획형 컬렉터도 있다. 특히 구입 예산이 부족한 보겔 부부에게 대신 고양이를 작품과 맞바꾸자고 제안한 작가 크리스토와의 사연은 동화처럼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처럼 미술품 구입과 소장에 얽힌 일화들이 자세히 담겨 있어 컬렉터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모으고 방향을 수립했는지 그 열정적인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11 커플이 완성해온 미술 컬렉션의 공통점도 많다. 작품에 대한 부부의 취향이 서로 다를 경우에는 설득과 조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루벨 컬렉션의 경우, 가족 모두가 합의한 작품만 구입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미술 작품은 가족의 문화가 돠고 역사가 되었다. 또한 그들은 작가와 기꺼이 친구가 되었으며, 함께 성장해가며 오랜 시간 동안 동반자적인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 실린 모든 컬렉터는 궁극적으로 소장품을 대중에게 개방하고 기증하는 등 개인의 소유물 차원이 아니라 만인이 즐길 수 있는 공공의 재산으로 확장시킨 아름다운 행보를 선택했다.
함께 한 삶의 무게만큼 깊어지는 부부 컬렉션의 의미
각 컬렉션의 시작 페이지에 실린 부부들의 사진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 책을 재밌게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허름한 일상복을 입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 보겔 부부, 삼대가 한자리에 모인 루벨 대가족, 성공한 펀드매니저답게 화려하게 번쩍이는 금색 파티복으로 치장한 라초프스키 부부,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으로 차려입은 시크한 뉴요커 웨그너 부부, 신세대 컬렉터에 어울리는 청바지와 셔츠 차림의 로젠블럼 부부. 미니멀리즘 작품만 수집하는 빌라랑 부부는 이 책에서 유일한 흑백 사진이다. 이처럼 부부 컬렉터가 자신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제공한 사진에는 각 컬렉션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그들이 거쳐온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은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작품을 수집하고 소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최고의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 한평생 시간과 열정을 쏟은 두 사람이 네 개의 눈으로 바라보고 한마음으로 완성한 미술 컬렉션에 대한 기록이다. 또한 개인 컬렉션의 목적, 관리와 운영,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해서도 짚어보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디자인한 신신 역시 신해옥, 신동혁 부부 디자이너로서 책의 주제에 의미를 더해주었다.
한국의 컬렉터들에게 건네는 조언
“당신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품, 당신이 좋아한다고 느끼는 것만 구입하세요. 중요한 것은 작가와 작품이 주는 권위가 아닌, 작품과 작품 너머의 교감이니까요.”
- 멀린 부부
“작품을 볼 때 첫인상에 따르지 말 것. 작품에 대해 최대한 많이 질문하고 작가에 대해 공부할 것. 스스로 결정할 것. 이러한 노력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컬렉팅에 진지한지 늘 자문할 것.”
- 빌라랑 부부
“성공적인 컬렉션을 위해서는 질과 양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양은 많은 것을 보는 것이고, 질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에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 보로스 부부
“컬렉터의 역할은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자신의 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작품을 기꺼이 대중과 공유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작품을 잘 보관하는 것입니다.”
- 호프만 부부
“개인 컬렉터가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소장품을 전시하고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한 시대를 기록하는 문화유산이자 역사로서의 예술 작품을 보존하는 데 기여하는 일입니다.”
- 드 라 크루즈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