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성정·성기론性情性氣論과 사상유학을 포함하고 있는 점에서 허준의 순수의학과 다르고 또 허준의 단순한 의학적 지평을 초월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이제마의 성정성기론과 사상유학을 공자·맹자와 데이비드 흄의 ‘인간과학(Science of Man)’을 보충·수정하는 ‘새로운’ 인간과학으로 평가한다. 필자는 동무의 이 ‘새로운’ 인간과학으로부터 각국의 정치문화론과 국민성이론을 도출하고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에 따르면, 사람은 태양인太陽人, 소양인少陽人, 태음인太陰人, 소음인少陰人의 네 가지 ‘상象(체질)’으로 구분된다. 태양인은 용이나 호랑이같이 과단성 있고 사변적이고 인자한 태생적 ‘인자仁者’다. 소양인은 말같이 날렵하고 과시적으로 높고 크고 웅장한 것을 좋아하고 늘 현재의 일에 싫증을 잘 내며 미래로만 치닫고 열정적이고 용감하고 혁명적이고 의로운 태생적 ‘의자義者’다. 태음인은 소같이 참을성이 강하고 점잖고 은근하고 거처에 안주해 현재를 즐기고 이재에 능하고 경제적으로 지혜로운 태생적 ‘지자智者’다. 소음인은 토끼같이 예민하고 눈치 빠르고 조심·세심·세밀·정교하고 끈기있고 끈질기고 늘 노스탤지어 속에서 과거를 동경·미화하며 아늑한 곳에 있는 것을 즐기고 생각과 언행에서 초지일관하고 작은 기교를 발휘하고 축소를 지향하고 상하관계에서 예절을 차리는 단아·단정한 태생적 ‘예자禮者’다.
한국인은 태음인 40%, 소음인 35%, 소양인 25%, 태양인 0.005%로 구성된 태·소음인 우위의 다多체질 국가다, 태음인과 소음인이 압도적(75%)이기 때문에 우리는 소양인의 존재를 무시하고 국민의 75%를 차지하는 태·소음인의 특징만 따서 우리 민족을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최근에는 그 활동성과 존재감이 25%의 머릿수보다 더 큰 소양인의 성정을 따서 우리의 사회문화를 ‘빨리빨리 문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이 태·소음인 우세의 다체질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지도자들 중에도 사상인四象人이 다 나타난다. 이승만 대통령은 독불장군의 독재적 성정을 가진 독선적 태양인이고,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총리는 이념도 노선도 없이 지위를 탐해 뿔뚝 성질을 부리며 권력투쟁에 몰두하다가 몰락한 태음인들이었다. 박정희는 평생 일본군·광복군·남로당·국군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이념적으로 기회주의적인 삶을 살면서 쿠데타를 일으킨 뒤에 민주공화당 당기黨旗의 깃발에다 ‘황소’를 그려 넣고 이념적 중구난방의 군사독재를 무기한 장기화하다가 암살당한 ‘성난 황소’ 같은 태음인이다. 반면, 최규하는 신新군부에 쉽사리 굴복한, 유복하게 자란 ‘암소’ 같은 태음인이다. 전두환은 무솔리니같이 거짓말과 파쇼적 언동을 밥 먹듯이 하며 천문학적 부패 속에 몰락한 성급하고 가벼운 소양인이고, 노태우는 이념도 노선도 없이 기회주의적이고 무사안일하게 살며 큰 부패를 정치적 대업으로 추구한 암소 같은 태음인이다. YS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식의 유연한 이념적 리더십과 언변의 유희적 리더십으로 신군부를 쳐부수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한꺼번에 둘 다 내란수괴로 때려잡아 세계역사상 초유로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하여 향후 한국 군인들에게 군사쿠데타를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든 용감하고 의연한 소양인 대통령이었고, DJ는 사육신같이 일관된 이념적 리더십과 끈기의 공리적 리더십으로 망가진 국가경제를 되살리고 IT강국과 보건강국을 건설한 끈질긴 소음인 대통령이었다. 노무현은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서민정치’로 여길 정도로 매사를 천단했지만 일관된 진보적 리더십을 견지한 소음인 대통령이었고, MB(이명박)는 청계천 개발과 경제위기 극복에서 놀라운 ‘끈기의 공리적 리더십’을 발휘했으나 끝내 자신의 재물 탐심에 희생된 소음인이었고, 박근혜는 국가운영에 무능하면서도 자신의 체질적 탈심奪心을 다스리지 못하고 부패와 무격巫覡에 홀려 몰락한 소음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평화 수호, 경제왜란 승리, 군사강국 건설 등에서 실로 ‘뚝심의 리더십’을 발휘했음에도 하나의 이념에 집착하지 않고 이념적 유연성을 발휘해 원래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구舊좌파적 수요측면 중시노선을 버리고 ‘수요·공급 양측면의 동시중시’ 노선으로 선회한 태음인이다.
소양인이 인구의 70-80%를 웃돌아 뛰어난 요리재간으로 풍미 있는 음식과 음료로 세계를 정복하고 독립·진보·통일을 위해 혁명적 유혈내전도 불사해온 미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은 돼지고기를 무척 즐기는 통에 늘 돼지고기 가격이 쇠고기보다 비싼 ‘소양인의 나라’다. 미국·프랑스에 못지않게 혁명적이고 맛있는 음식문화로 세계를 제패했고 돼지고기 삼겹살이 없으면 못 사는 중국은 소양인이 50%를 웃돌고 태·소음인이 45%를 밑도는 ‘소양인 우세의 다체질 국가’다. ‘정밀·낭만·엽기·복고반동·잔학·침략·자살특공대(가미카제)의 아이콘’인 독일과 일본은 음주로 인한 위장병 때문에 각종 위장약이 발달했고 돼지고기를 양고기·쇠고기보다 저급한 육류로 여기는 ‘소음인의 나라’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위치한 이슬람제국諸國도 모두 음주와 돼지고기 섭취를 아예 종교적 계율로 금하고 침략전쟁과 엽기적 자살폭탄테러를 성전聖戰으로 정당화하는 ‘소음인의 나라들’이다.
한편, ‘보혁화합의 나라’ 영국은 태음인과 소양인의 두 체질이 비등하게 압도하는 국가다. ‘허무개그’ 같은 역사를 거듭해온 러시아는 소음인과 소양인의 두 체질이 백중세로 우세한 국가다. 태음인과 소양인은 체질적으로 상생하는 반면, 소음인과 소양인은 체질적으로 상극이다. 따라서 영국은 태음인들의 보수당과 소양인들의 노동당이 정치적으로 상생하여 처음으로 근대적 여야 정당제도를 발전시킨 나라다. 반면, 러시아는 소음인이 소양인의 개혁과 혁명의 성과를 변질시켜 무효로 만드는 ‘허무한 역사’를 되풀이해온 나라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인간과학적 체질문화를 글로벌 차원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로서는 한국적 정서와 문화적 자존심을 지켜온 독자들이 한국의 ‘전통적 인간과학’을 재해석하고 발전시킨 이 책을 읽고 사람마다 다른 태생적 덕목·직관능력·재간·성정·기세를 쉽사리 판별해 부부가 가정의 행복을 증진하고, 사회단체와 기업의 상생적 인사정책을 발전시키고 조화로운 조직생활을 영위하도록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국민성과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해 이 ‘세계화된 세계’에서 각종 한류韓流와 K-컬쳐, K-테크놀로지와 K-제품, 한글과 K-사이언스를 더욱 널리 확산시키고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는 예술·문화교류와 국제적 친교, 민간외교와 국제무역을 더 잘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