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가 백상현이 쓴 장편소설이다. 인간의 무의식을 탐사하던 임상경험이 글쓰기에 깊이와 긴장감을 더해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강이름이라는 남자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가 펼쳐내는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문명의 무의식에 도사린 욕망과 쾌락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죄책감과 불안의 심연에 접근할 수 있다.

카톨릭 신부가 되려했던, 그러나 신을 배반한 남자가 마조히스트 여자를 만난다.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인생은 어떤 것일까? 파문당한 중세 화가를 복권하려는 교황청과 신흥 사이비 종교를 꿈꾸는 심리학 단체가 도모하는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와 성도착의 형태로만 사랑을 추구하는 여자가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상실하여 절망한 자들의 세계관을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 강이름이 쓴 한 편의 논문으로 인해 벌어지는 음모의 구도를 따르는 줄거리는 결국 인간 문명이 탐닉하는 신에 대한 환상을 폭로하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사랑 이야기의 이면에 21세기 종교에 대한 분석이 숨겨져 있다. 과학의 권력을 이용하여 변신을 거듭하며 살아남으려는 종교의 본질을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인간의 나약함에 관한 묘사인 동시에 나약한 인간들이 휘말려 들어가는 무의식적 욕망의 막강한 권력을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의 무의식이 사로잡힌 신에 대한 집착과 망상을 분석하는 내용이 서사의 곳곳에 숨겨져 있다. 작가의 임상경험이 삼투압된 글쓰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