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반짝이는 ‘꿈’에 관하여
소설은 반짝이는 ‘꿈’을 가진 사람과 그 ‘꿈’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지탱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물랭루주 속 윤, 김, 도희는 어딘가 결핍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소한 존재들이다. 너무나 오래된, 더는 어찌할 수 없는 큰 공허함이 그들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들과 윤을 구분 짓는 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떤 곧고 반짝이는 ‘꿈’이다. 그건 단순히 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넘어 윤에게는 지난한 현실을 견디고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된다. 윤에게 장사가 잘되지 않는 낡은 물랭루주와 온전치 못한 발목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마음속에 어떤 것도 품지 않은 사람은 곧잘 꺾이고 무너진다. 윤을 만나기 전 도희가 그랬고, 세 사람의 온전한 관계가 형성되기 전 김 또한 그랬다. 그래서 윤은 도희가 무슨 일이 있어도 드레스 만드는 일을 지속하길 원한다. 그것이 당장에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수단은 되어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꿈이 허황되고 분에 넘치는 것일 뿐이라 여기던 도희는 결국 꿈의 끝자락을 붙잡는다.
‘꿈을 갖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고독한 일인지 윤은 여태 모르는 것일까. 나는 윤이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꿈으로 도피한다고 여겼다.’(p.213)
도희는 윤에게서 꿈을 꾸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 또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가를 배우면서 점차 자신의 꿈의 형태를 다듬어나간다. 이제 도희는 엄마를 위한 웨딩드레스를 만들겠다는 꿈을 마음에 품은 채 더욱 단단하고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와 엄마,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 엄마의 드레스는 꼭 다시 만들어서 보여드리겠다고 쓸 것이다.’(p238)
도희를 마주한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도 작은 꿈 하나가 반짝이게 되길 바란다.
바다 위를 걷는 기적처럼
서로의 바닥을 묵묵히 받쳐주는 존재들
배와 그물을 모두 버렸지만 지독한 현실의 무게 때문에 바다 위를 걸을 수 없었던 베드로와 달리, 뒤이어 나타난 ‘윤’은 바다에서 압생트를 한 모금 담아 모래를 섞어 마시더니 이내 바다 위를 자유롭게 걷는다. 그것은 베드로와 다르게 윤은 이제야 비로소 지독한 현실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한다. 프랑스, 꿈, 현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좌절에 붙잡혀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날들이 도희를 만나 비로소 완전해졌고, 이제 그녀는 어딘가에서 치맛단을 양손에 쥐고 그렇게 물 위를 훨훨 걸어 다니고 있을 것이다.
도희와 윤은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묵묵히 받쳐 기적을 일구어내는 존재들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손상된 부위를 내보였으며 그것으로 인해 절대 불완전해지지 않(p.62)’았던 윤의 모습을 보면서 도희도 자신의 결핍을 점차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성장한다. 현실이 도희를 물 아래로 가라앉게 만드는 돌덩이가 아닌 물 위에 단단히 설 수 있도록 해주는 발판이 될 수 있었던 건 모두 윤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가능했다.
아마 윤도 꿈을 꾸었다면 분명 그곳에서 도희도 누구보다 자유롭게 물 위를 거닐고 있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