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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

대학 1

  • 고광률
  • |
  • 도서출판바람꽃
  • |
  • 2023-10-21 출간
  • |
  • 336페이지
  • |
  • 152 X 225mm
  • |
  • ISBN 97911909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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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영국의 비평가 겸 작가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 『교수들』은 교수 세계의 천태만상을 꼬집은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세계 각국의 영문학 전공 교수들은 국제 학술회의를 계기로 모여 발표와 토론을 하고 친교를 맺는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사태의 거죽만을 건드리는 셈이다. 어찌 보면 발표와 토론과 친교는 그저 핑계일 뿐 교수들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으니까. 그들이 국제 학술회의를 쫓아다니는 까닭은 진리 추구나 새로운 사실의 발견과는 거리가 멀다. 교수들의 진짜 관심은 명예와 지위, 권력과 사랑을 획득하는 것, 그것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들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 경쟁자의 책을 읽지도 않고 공격하고, 한번 쓴 논문을 재탕 삼탕하거나 표절도 서슴지 않으며, 학술회의에 참가한 이성에게 치근대는가 하면, 성적을 빌미로 제자와 성관계를 맺기도 한다.

고광률의 『대학』은 로지의 소설 무대와는 다른 또 하나의 작은 세계를 보여준다. 길고 짧은 중단편 열 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중석대라는 지방대학을 배경으로 삼았는데, 대학 사회를 이루는 여러 구성원이 나오는 가운데 교수들이 특히 사태의 중심에 놓인다.
연작 소설집 『대학』을 역사서에 견주자면 그것은 연대별 서술 방식인 편년체가 아닌, 인물별·사건별 서술 방식 기전체를 택하고 있다 하겠다.
대학을 이루는 다양한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깜냥껏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임으로써 대학이라는 커다란 모자이크화를 이루는 것이다. 교수들이 그 그림의 핵심을 이루고 있음은 물론이다.
“조교 생활 2년 차인 자광은 이래서 교수들이 싫었다. 자기부정, 무오류, 유체이탈 등등을 일상 속에 끼고 사는 신이 내린 특권층들이었다.” (─ 『대학 1』, 「조교 우자광」, 37쪽)
“그도 중석대 구성원으로 재직해 오는 동안 교수들의 곡학아세, 교언영색, 표리부동한 작태들을 신물이 날 정도로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대학 2』, 「내 무덤에 침을 뱉어봐」, 501쪽)
“교수들이 이래요. 개구리 모양 우물 속에 들어앉아 권한만 행사하고 의무와 책임이 뭔지 모르고 사시니 사회성 지수가 낮아요.”(─ 『대학 2』, 「대학 사용법」, 531쪽)
각각 조교와 교직원, 학생의 시점으로 서술된 인용문들에서 교수들은 이기적이고 부정직하며 사회성이 떨어지는 집단으로 평가된다. 교수들을 관찰하고 판단을 내리는 이들의 상황과 처지가 제각각인 만큼 평가의 근거와 맥락은 상이하지만, 관찰자들이 대체로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교수들이 도대체 어떻길래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대동소이한 결론에 이른 것일까.

두 단편 「조교 우자광」과 「허틀러 행장기」는 동일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속의 연작이라 할 법한 작품들이다. 「조교 우자광」에서 레거시 신문의 지역 주재 기자 출신인 허삼락이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해 오자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시위를 벌이며 반발한다. 학위가 없는 무자격자다, 임용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 과거 행적이 교수로서 부적절하다, 중복 전공 선발이다, 실력 없는 사이비 교수다……. 학생들이 허삼락의 교수 임용에 반대하는 이유는 여럿이고 그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근거가 없지 않은데, 중요한 것은 그런 학생들의 배후에 학과의 기존 교수들이 있다는 추정이다. 허삼락의 신규 임용에 부정적인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임용 반대 운동을 펼치도록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우자광 조교는 허삼락과 정의명 등 기존교수들 사이를 오가며 중재 노력을 펼치는데, 그 결과 사태는 원만히 해결되는 듯하지만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으니 우자광 자신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저였어요. 모든 것이 없었던 일인 양 끝난 것과는 달리 제 처지는 아주 고약하고 난감하게 꼬이고 말았어요. (…) 일단 허 교수 사퇴 시위가 잦아든 4월 말 이후부터 학과 교수들이 저를 상대하지 않고 따돌리기 시작했어요. 교권을 농락·조롱하여 교수의 위상을 실추시켰고, 이로써 교수 집단의 위계와 질서에 심대한 손상을 줬다는 거예요.”(─ 『대학 1』, 「조교
우자광」, 62쪽)

「허틀러 행장기」는 「조교 우자광」과 무려 18년의 시차를 둔 이야기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임용되었던 허삼락은 “곧바로 자신이 전직 주류 중앙지 주재기자 시절에 확보한 다종다양한 정보와 인맥을 바탕으로 빼어난 로비 역량을 발휘하여 교육부로부터 실용문예창작학과 신설 인가를 받아냈고, 그때부터 줄곧 학과 창업주이자 터줏대감으로서 중석대 전대미문의 절대 권력을 행사”해 왔다. 허틀러라는 별명이 그에서 비롯되었거니와, 비정년 강의전담 교수로 허삼락의 “개인 비서이자 집사이자 머슴” 노릇을 하며 17년 가까이 그를 모셔 온 박박이라는 인물이 이 소설의 화자이다. 박박이 허삼락을 그토록 지극정성으로 모셔 온 까닭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교수 임용을 노려서였다. 실용문예창작학과 의 ‘창업주이자 터줏대감’으로서 허삼락이 교수 임용에 관해 거의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 “본래 대학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고 학과가 실체”인데, 더구나 이 학과의 창립과 유지에서 허삼락이 지니는 절대적 위치 때문에 “실문과(실용문예창작학과)는 허삼락 교수의 사유물”이라는 것이 박박의 판단이다. 그런 판단에 따라 온갖 수모와 역경을 감내하며 17년 동안 모셔 온 허삼락 교수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는 바람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박박의 암울한 처지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장장 17년 동안 간난신고 중에 좌고우면하며 애지중지 쒀온 죽 솥이, 엎어진 것도 아니고 깨져버렸는데 더는 살아 무엇 하겠어요. 제 나이 쉰둘인데 어디 가서 다시 솥을 구하며, 누구 밑에 가서 다시 죽을 쑤겠습니까.”(- 『대학 1』, 「허틀러 행장기」, 225쪽)
실용문예창작학과와 허삼락 교수의 사례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학과의 주인이 교수이고 특정 학과 내 교수들 사이에서도 권력 관계가 명확하다는 것은 이 책 속 다른 작품들에서도 확인된다.
단편 「우아한 정식」은 대학원 학사운영팀장인 교직원 고시철이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가 환멸을 느끼고 휴학하는 과정에서 목격한 교수 사회의 요지경을 꼬집는다. 학과 동료 교수들 사이에 상관(相關)과 불륜, 권력 다툼이 난무하는 가운데 고시철의 친구이기도 한 대학원생 지종순은 그런 상황을 적절히 이용해 가며 실익을 챙기기도 한다. 사태가 이렇듯 어지러운데도 “대학은 무소불위의 교수 중심 집단인지라 그들의 패륜적 행위를 비판하거나 심판하려 드는 자가 없었다.”
중편 「죽은, 어느 교수의 일기」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애인의 집에서 복상사한 피도린 교수의 딸 피마리 판사는 아버지가 불어불문학과 동료교수들의 따돌림과 괴롭힘 때문에 죽었다며 평소 친분이 있던 성조기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딸의 믿음과 달리 고인의 사인이 엉뚱한 데에 있음은 물론인데, 죽은 이가 남긴 일기를 통해 드러나는 학과 교수 사회의 난맥상이 소설의 핵심을 이룬다.

“공동 교재 저작료와 교양 교재 채택료”를 둘러싼 교수들 사이의 다툼은 차라리 애교라 치자. “교직원도 시중에 형성된 공시 호가라는 게 있”어서 기부금 또는 학과 발전기금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고, “교수 업계에서 자기보다 잘난 놈을 절대 뽑아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신규 임용을 좌우하는가 하면, “교수들 간의 세력과 이권 다툼에서 비롯된 세대 전쟁 성격을 띤 무능 교수 퇴출 음모에 학생들이 동원”되기도 한다(교수들 사이의 싸움에 학생들이 동원되는 상황은 「조교 우자광」에서도 만나 본 바 있다).
교수 사회의 이런 난맥상이 교직원들과 부딪치면서 빚어지는 갈등 양상들이야말로 이 연작 소설집의 알짬에 해당한다. 「조교 우자광」에서 교수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동분서주한 결과 소기의 성과를 얻어낸 조교 우자광이 문제 해결 뒤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된 사정은 앞서 설명한 바 있다. 비슷한 상황이 다른 여러 작품에서도 약간의 변주와 함께 되풀이된다.
단편 「그때 왜 그러셨어요」의 주인공 동태걸은 건축기사 자격증을 지닌 인물로 원래 시설관리과 소속이었으나 윗사람들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전공인 건축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단과대 운영팀장으로 전보 발령이 난다. 게다가 그가 배치된 교양학부대학 식스아츠칼리지(SAC)의 학장 엄영숙은 무능한 데다 고집불통에 거짓말이 몸에 밴 인물이어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그 책임은 온전히 동태걸의 몫으로 돌아온다. 견디다 못한 그는 학교에 팀장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서 팀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여기까지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 상황이라 하겠는데, 그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나중에 일어난다. 해외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엄영숙이 동태걸에게 이렇게 따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기보다는 적반하장이라는 사자성어에 딱 어울리는 상황이라고 해야 마땅하리라.
단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교직원 설상구는 집중 감사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중석대 개교 이래 33년 동안 교원과 직원을 통틀어서 자체 조사와 감사를 가장 많이, 가장 길게 받았던 사람이 나였다.” 공민구와 마찬가지로 설상구 역시 원칙과 합리성의 인간이므로 그에게 씌워진 혐의들─교비 유용, 지시불이행, 업무방해 등─역시 결국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지만, 그러기까지 그가 겪어야 하는 수난과 고초가 덩달아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 말미에는 약간의 반전이 있다. 금상필 총장이 학교와 법인의 몇몇 측근을 대동하고 군산 근대건축기행 행사를 마련하는데, 설상구 팀장과 동태걸 건설실장 역시 동행자에 포함되게 된다. 기행이 끝난 뒤의 만찬 자리에는 또 중석대의 ‘오너’인 금기태 이사장이 참석해서는 동태걸 실장과 설상구 팀장을 위한 건배 제의를 한다. 평소 입바른 말을 잘해서 교수들과 학교 경영진에게 밉보인 두 직원을 일부러 챙겨주는 것. 금 이사장은 특히 설상구를 가리켜 ‘데블스 애드버킷’, 그러니까 악마의 변호사라 부르며 한껏 추어올린다.
“조직에는 반항하고, 저항하고, 불화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입장과 관점에서 보려고 하지 않고, 관행이나 습관에 따라 전체의 흐름에 어우렁더우렁 휩쓸려가게 되면, 요즘 같은 위기 시대에서 조직의 생존은 불가할 것이오.”(─ 『대학 2』, 「데우스 엑스 마키나」, 40쪽)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금 이사장의 만만치 않은 사람됨이다. 금 이사장은 부동산업과 금융 대부업을 수익사업으로 겸하는 노회한 경영인이자, ‘군인정신’을 “이데아요 절대이성이요 물자체요 궁극의 절대가치”로 삼는 강퍅한 인물이다. 그런 그의 주위에는 ‘십상시’로 표현되는 아첨꾼 및 첩보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그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이 인사는 때로 ‘데블스 애드버킷’ 운운의 배포 큰 언행으로 아랫사람들을 포용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악마의 변호사’라는 표현은 이 책에서 가장 긴 중편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에도 등장한다. 이 소설집의 총괄과도 같은 이 작품에서는 명예이사장으로 물러난 금기태 전 이사장이 주인공인 교직원 천정철 중국장(미디어팀장)과 악수를 나누며 같은 표현을 쓴다. “잘 부탁하네, 중국장. 자네가 악마의 변호사가 되어주게” 이에 앞서 금기태의 조카이자 현 이사장인 금상구 역시 천정철에게 같은 취지의 말을 한다. “천 팀장은 앞으로도 오늘처럼 우리와 다른 생각을 말해주시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말들에도 불구하고 절대 권력인 이사장의 전횡과 그의 눈을 가리는 십상시의 농단이라는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금 이사장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중편 「오, 모세」에서 금 이사장의 아들이자 병원장인 금상설이 십상시들의 농단에 놀아나는 아버지의 행태를 지적하자 금 이사장은 이렇게 받아친다. “교수들의 위선과 가식이 내 힘이다. 그들의 위선과 가식이 없었다면 우리 대학은 벌써 망했다, 이놈아. 너도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에서는 다름 아닌 천정철이 과연 악마의 변호사답게 금기태 명예이사장 면전에서 그를 ‘절대 권력자’라 일컬으며 비판하자 당사자는 이렇게 딴청을 부린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절대 권력자? 처음 듣는 말일세. 난 절대 권력자가 뭔지도 모르고, 중국장 말대로 내가 만약 절대 권력자라면 자네가 지금 내 앞에서 이럴 수 있겠는가?” 그런 그에게 정철은 비수를 꽂듯 다시 질문을 던진다. “이사장님으로 계실 때, 이사장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에 이의나 반대의 뜻을 달아 제지하거나 방해한 교직원이 있었습니까?”
정철의 이런 질문에 금기태가 더는 항변을 하거나 분노를 터뜨리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는 사실이 그의 자기 객관화 능력과 너른 품을 보여주는 사례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금 이사장의 절대 권력이 십상시들의 농단은 물론 다른 교수들의 문제 역시 부추겼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에서 정철의 시점에 가까운 삼인칭 서술자의 이런 진술을 보라.
“학구 선생(=금기태 이사장)은 평생 돈만 좇느라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인지, 교수의 자존심과 교권을 성역처럼 알고 건드리면 저주나 재앙이라도 받는 양 생각했다.”(─ 『대학 2』,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 548~549쪽)
교수들에게 권한은 주되 책임은 묻지 않는 이사장이라니, 교수들 처지에서 보자면 금 이사장은 매우 훌륭하고 모범적인 사학 운영자일 테다.
개인적으로 그는 시인 박용래를 좋아해서 그의 시 50여 편을 암송할 정도로 나름 낭만과 품격을 과시하며 보직교수들도 그런 그에게 잘 보이고자 덩달아 박용래의 시를 암송하고는 한다.
“금 이사장이 박용래 시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특이 취향이었는데, 어쨌든 견도 금 이사장이 애송하는 시 50편 중에 10여 편을 구구단인 양 줄줄 외웠다. 물론 대다수 본부 보직자들도 한두 편 정도는 외워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이사장의 취흥을 돋우는 데 활용했다. 이게 중석대만의 자랑스런 문기(文氣)이자 낭만이었다.”(─ 『대학 1』, 「오, 모세」, 281쪽)
그러나 사학의 절대 권력자가 교수들을 상대로 인품과 풍류를 과시하는 그늘에서 교수들의 무소불위와 안하무인격 행티가 제약 없이 번성한다는 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상식과 도리보다 자신(=교수)들의 우월적 신분과 지위가 우선이었다. 즉 자신의 사고와 판단과 행위 자체가 진리이자 정의였다.”(─ 『대학 1』, 「조교 우자광」, 35쪽)
“저는 S대를 나온 ‘죄’와 ‘실력’으로 허 교수 논문의 9.5할을 썼습니다. 논문뿐만이 아닙니다. 지방 문단에 발표하는 시도 허 교수가 초고를 쓰고 제가 마사지만 해줬지만, 중앙 문단에 발표하는 시는 허 교수가 주제를 잡아주면 제가 거의 쓰고, 쓰고 난 시를 허 교수가 감수했답니다.”(─ 『대학 1』, 「허틀러 행장기」, 210쪽)
“안 그래도 대학은 신분 우선 사회인지라, 전공학문 빼고─심지어는 포함해서─여러모로 모자란 교수들이 능력과 경험 있는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면서 업신여기는 바람에 학사행정이 종종 산으로 올라가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조직이었다.”(─ 『대학 2』, 「내 무덤에 침을 뱉어봐」, 463쪽)
설립자 겸 이사장의 전횡과 ‘십상시’의 농단, 교수들의 부정과 부패가 사태를 악화시킴은 물론이지만, 중석대가 놓인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른 많은 지방대학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 곳곳에는 “궁벽진 시골 대학”(「우아한 정식」, 「그때 왜 그러셨어요」),
“시골 구석에 처박힌 ‘지잡대’”(「오, 모세」) 같은 자조적 표현들이 나오는데, 이런 말들은 사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오늘날 지방대학이 놓인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체념 섞인 비관 역시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모세」는 그런 불가항력적인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금기태 이사장은 “리버럴아츠교육이 한국 대학의 새로운 교육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선진적 교양교육을 당장 실시하라고 (아랫사람들을) 닦달”했고 그 지시에 따라 ‘글로벌사이버콘텐츠 창의학부’(글사콘창)와 그 후신 격인 ‘식스아츠칼리지’(SAC, six arts college)라는 요상한 이름의 학부가 탄생한다. 식스아츠칼리지란 고대 중국의 여섯 교과목 ‘육예’(六藝: 禮樂射御書數)를 영어로 옮긴 것인데, “예는 윤리와 법률, 악은 문학과 예술, 사·어는 군사와 체육, 서는 문자, 수는 과학을 의미한다고 했다.” 어쨌든 금 이사장이 교양교육에 눈을 돌린 것은 그를 통해 오늘날 대학 특히 지방대학이 놓인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라 하겠다. 글사콘창과 SAC를 위해 그는 서울 소재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안장생 교수를 초빙해 석좌교수니 특임부총장 같은 타이틀과 그에 걸맞은 대우를 제공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고, “절대 권력자인 금 이사장을 뒷배 삼아 중석대 교양교육을 장장 14년 동안이나 쥐락펴락해 온 안장생이 특임부총장 잔여 임기를 6개월가량 남겨놓고” 줄행랑을 놓기에 이르는 소동이 이 소설의 전말이다.
“SAC는 중석대의 비상구이자 숨통”이라고, 안장생이 도망친 뒤 금 이사장은 아들인 금상설 병원장에게 강조하지만, 거듭되는 신입생 미충원 사태와 교육부의 ‘부실대학’ 지정 같은 위기를 SAC가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단편 「대학 사용법」의 화자인 콜걸 출신 학생 사비아는 “개인 역량 강화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4차 산업형 컨실리언스(통섭) 융·복합 교육을 하기로 했다”는 학교 방침에 따라 외교통상학과(5년 전 입학 때는 정치외교학과) 소속인 자신이 수강해야 하는 육예의 교양필수 과목을 소개한다. ‘수의 소통’, ‘에너지 톺아 보기’, ‘나노야 놀자’, ‘나는 뭐야’라는 이름을 지닌 그 과목들인즉 결국 포장만 바꾼 수학, 물리, 화학, 생물학이었노라며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SAC의 암울한 운명을 짐작할 수 있음이다.
사비아의 개명 전 이름이 ‘사귀자’(史貴子)라든가, 항공사 승무원을 희망하는 그가 취업 면접을 위해 평소 자신에게 추근대던 교수와 잠자리를 같이한다는 등의 삽화에서 보듯 이 소설은 대학 사회의 치부를 블랙 유머 스타일로 까발린 작품이다. 사귀자는 학사서비스팀 직원을 상대로 자신이 입학했을 당시의 교양 과목을 수강할 ‘권리’를 주장하며 따지는데, 그과정에서 자신이 휴학한 2년 동안 해마다 한두 차례씩 교육 목표나 교과과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이 학사운영팀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파악한 사실을 근거로 “‘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것은 개뻥 까는 얘기고요, 교육부 중심 교육인 것 같았어요”라는 관찰을 내놓는데, 이 거칠고 조야한 관찰은 뜻밖에도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어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금 이사장이 악마의 변호사로 인정한 천정철의 관점을 담은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의 이런 대목을 보라.
“교육부는 자신들의 무분별한 대학 설립인가와 증과증원 남발 그리고 출산율 절벽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대학의 정원 미충원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대학으로 떠넘겼다. 자기들이 깔아준 판에서 놀았던 것인데, 그 판을 너무 많이 깔아 문제가 터지자, 그동안 판을 깔아주고 삥을 뜯어온 놈들은 빠지고, 깔린 판에서 논 놈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과 다를 바없는 짓거리였다.”(- 『대학 2』,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 54~555쪽)
사비아의 관찰 못지않게 거칠고 투박한 판단이지만, 문제의 핵심이 교육부와 교육 정책에 있다는 사실만은 적확하게 겨냥하고 있다 하겠다.
『대학』의 총괄 편인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의 결론 역시 미적지근하기 짝이 없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망해나갈 것이라고 난리를 부리는 쓰나미 상황에서 잃어버린 정의를 찾겠다는 명분으로 제 몫을 더 챙겨 나가겠다는 선배 교수들에게 후배 교수들은 싫은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대학2』,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 651쪽)
“소송 교수들, 아니 하병우를 비롯한 5인방의 최종 목표가 금기태 명예이사장님이 법인과 학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몰아내는 거라고 합디다. 내년에 교수노조가 정식 출범하면 분규대학으로 만들어서 관선이사 파견을 이끌어내고, 경영권을 빼앗는다, 뭐 이게 최종 목표랍니다.”(─ 『대학 2』, 「잃어버린 정의를 찾아서」, 655쪽)
천정철의 시점을 택한 위의 인용문과 금교필 사무처장이 정철에게 귀띔하는 교수들의 동향을 담은 아래 인용문에서 교수들은 위기에 처한 학교를 구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과 권한을 챙기는 데에 한층 열심인 것으로 묘사된다. 『대학』의 무대인 중석대 교수 사회라는 ‘작은 세계’ 역시 『교수들』의 그것 못지않게 혼탁하고 암울하다는 반증이겠다. 하긴 지금 중석대와 ‘중석대들’이 놓인 상황은 교수 몇 사람이 마음을 고쳐먹고 모종의 행동에 나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닐 테다. 교수들의 문제는 오늘날 대학이 처한 위기의 원인이기보다는 그 결과라 보는 편이 타당하지 않겠나. 연작 소설집 『대학』을 이루는 작품들 각각과 이 책 전체의 기조가 한결같이 답답하고 우울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 최재봉(한겨레신문 선임 기자), 해설 중에서

목차

일러두기ㆍ004
주요 등장인물ㆍ007
조교 우자광ㆍ013
죽은, 어느 교수의 일기ㆍ067
우아한 정식ㆍ133
허틀러 행장기ㆍ191
오, 모세ㆍ231
발표지면ㆍ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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